미국이 2020년경 에너지 수입 없이 자체 생산만으로 국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이른바 ‘에너지 독립국’의 탈환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1952년까지 자국 에너지 생산으로 수요를 충당해오다 이후 수요가 급증하며 에너지 수입에 의존해 왔다.
미국의 에너지 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의 유턴을 불러오는 경기 회복의 중추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년 가까이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던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가 최근 몇 년 사이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70% 아래로까지 떨어졌던 에너지 자립도가 지난해 10월 81%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어 전문가와 정부 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2020년경에는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에너지 생산국으로 올라서면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담 시민스키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0여 년 동안 정치인들은 에너지 자립에 대해 얘기해 왔는데 이제 이루기 어려운 꿈은 아닌 것 같다”며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경제 회복 및 국제정치에서 영향력 확대 등의 선물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처럼 에너지 산업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은 30년 동안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셰일가스 개발이 결실을 맺으면서 미 전역에 셰일가스·오일 개발 붐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네브래스카, 노스캐롤라이나, 아이다호 주 등에서 셰일가스와 오일 개발을 위한 광구가 잇따라 설치되고 있다. 채굴 기술이 급진전해 암반층 아래 천연가스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10년 만에 미국 내 천연가스는 가장 많은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채굴과 건설, 운송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늘면서 최근 5년간 관련 일자리만 15만8500개가 늘어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제조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기업들이 다시 생산기지를 해외에서 미국으로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에탄올 생산업체인 메탄넥스사는 가격이 싼 미국의 천연가스를 활용하기 위해 칠레에 있는 공장을 루이지애나로 옮길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세계적인 컨설팅기관인 IHS는 2035년까지 미국의 에너지 산업에서만 16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셰일가스 개발에만 약 36만 명이 고용될 것이라고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밝혔다. 에너지 붐은 임금 상승도 불러와 미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부상한 노스다코타 주의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미 평균(8.2%)보다 훨씬 낮은 3.3%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 자립은 에너지 수입을 줄이면서 미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인 무역적자를 감축시키는 데도 큰 기여를 해 2020년까지 145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동 국가들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줄면서 국제외교 무대에서 미국의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셰일가스-오일 ::
오랜 세월 모래·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암석(셰일)에 갇혀 있는 가스와 오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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