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재무통’으로 불리던 이정대 현대·기아차 재무총괄 부회장(57·사진)이 계열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로 이동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정 회장이 사업기반을 마련한 현대정공에서 동고동락한 핵심 가신(家臣) 세력인 ‘현대정공 1세대’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14일 이정대 부회장을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발령했다고 밝혔다. 그룹의 핵심 업종인 자동차부품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최측근인 이 부회장의 이번 인사는 의외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반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를 하며 별도의 후임 인사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맡고 있던 재무총괄 담당이 기업의 핵심 보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현대·기아차의 재무 분야는 총괄 부회장 없이 부사장급인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과 이재록 기아차 재경본부장이 맡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2월 정석수 전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난 뒤 총괄사장 체제로 전환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불과 2개월 만에 부회장 직위를 부활시켰다.
이 부회장은 1981년 현대모비스의 전신(前身)인 현대정공 경리부에 입사하며 그룹에 합류했다. 1999년 현대차로 옮긴 뒤에도 줄곧 재무 분야를 담당해 왔으며 재경본부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지냈다. “재무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는 정 회장의 신념에서다. 2007년 2월 사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불과 10개월 만에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도 했다.
현대정공 1세대 출신은 한때 그룹의 주요 요직에 중용되며 실세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정석수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이 퇴진하는 등 그룹 내에서는 점차 희석돼가는 양상이다. 이번 인사를 현대차의 ‘세대교체’로 보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수평 이동으로 현대차그룹의 부회장 수는 기존 11명으로 변함이 없지만 그룹의 중추인 현대·기아차 총괄 부회장 수는 이번 인사를 통해 설영흥(중국총괄), 신종운(품질총괄), 김용환(기획총괄), 양웅철(연구개발총괄), 김억조 부회장(노무총괄) 등 5명으로 줄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현대차 경영진을 슬림화해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이는 한편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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