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외국인 손잡고 ‘삼천리’ 경영권 견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내달 주총 대표이사 해임 등 발의
삼천리측 “고배당 위한 제스처”

57년 된 삼천리그룹의 주력기업인 ㈜삼천리의 경영권을 놓고 소액주주와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연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소액주주와 외국인 기관투자가가 주주총회 안건 통과를 위해 연대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주주의 경영권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16일 기업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인 서울인베스트에 따르면 강형국 씨(36) 등 소액주주 4명과 호주계 기관투자가인 헌터홀자산운용은 3월 삼천리 주총을 앞두고 대표이사 해임과 사외이사 선임 등 9건을 발의했다. 도시가스 업체인 삼천리는 삼천리그룹의 주력 기업으로 그룹 공동회장인 유상덕, 이만득 회장이 각각 지분 11.6%, 7.9%로 1, 2대 주주다.

강 씨는 “삼천리가 10년간 자산총액이 4배 이상으로 성장했으면서도 주가가 8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주주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대표이사 해임과 동시에 향후 소액주주를 대변할 수 있는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삼천리 지분을 보유한 헌터홀자산운용(7.0%) 등을 직접 접촉해 동참을 끌어냈고 다른 국내외 기관들도 강 씨 제안을 지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강 씨와 국내외 기관의 지분은 총 33.7%로 대주주와 경영진의 지분을 합한 31.5%보다 많아진다. 강 씨와 그의 지인 3명이 가진 삼천리 지분은 1.00%다.

그러나 삼천리 측은 “일부 주주들이 투자 손실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고배당 요구 의도”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삼천리 관계자는 “배당해 달라는 금액 356억 원은 지난해 순익(350억여 원 추정)보다 더 많은 수준”이라며 “배당을 하면 신규 발전사업에 투자할 수 없어 결국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천리 매출액은 2007년 1조9000억 원에서 2010년 2조6380억 원으로 계속 늘었지만 주가는 2007년 24만8000원에서 16일 현재 10만4000원으로 하락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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