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대구 지역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17일 입수한 ‘2월 상권 정책’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판매점별로 목표치를 할당한 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판매점에 주는 수수료를 큰 폭으로 삭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는 특정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만을 취급하는 대리점과 모든 통신사의 휴대전화를 다 개통하는 판매점 등 두 가지 유통경로로 판매된다.
해당 문건의 우측 상단에는 극비를 뜻하는 ‘Strictly Confidential’이라는 문구가, 하단에는 SK텔레콤의 로고와 ‘Global ICT Leader’라는 슬로건이 찍혀 있다. 또 외부로 유출됐을 때를 대비해 ‘수수료 차감’을 ‘권장’이라는 은어로 표현했다.
○ 스마트폰 1대 팔면 1만 원만 남기도
문건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판매점별로 2월(1∼29일)의 판매 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건당 최대 9만 원까지 수수료를 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수수료는 판매점이 얻게 되는 수익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판매점이 스마트폰 가입자를 1명 유치하면 각종 비용을 제하고 10만 원 정도가 남는다.
문건에는 목표량의 50%를 못 채우면 판매 건당 3만 원을 차감한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예를 들어 목표량이 월 100건인데 절반에 못 미치는 40건만 판매하면 건당 3만 원씩, 총 120만 원을 제한 금액을 받게 된다.
두 달 연속으로 목표량의 50%를 못 채우면 건당 6만 원을, 석 달 연속이면 건당 9만 원을 제하고 수수료를 지급한다. 목표량과 무관하게 한 달에 10건도 못 판 판매점은 건당 5만 원을 깎는다. ○ SK텔레콤 제품만 팔아라
SK텔레콤은 ‘SKT 온리(Only) 판매점 정책’을 내세워 자사 기기만 취급하는 판매점에 대해선 목표량을 할당하지 않는다. 문건에는 2월 중에 판매점을 직접 방문해 경쟁사 기기를 판매하는지 모니터링하며 위반한 경우에는 다른 판매점처럼 목표량을 할당하고 수수료를 조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판매점은 대리점과 달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모든 기기를 취급하는 곳이다. 영세한 판매점인 경우 수수료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SK텔레콤의 기기만 권하게 된다. 소비자는 한 곳에서 3사의 기기 요금 할인조건을 꼼꼼히 비교해볼 수 없게 된다.
SK텔레콤은 아이폰3GS 갤럭시S2 등을 판매하는 중고 휴대전화 서비스 ‘T에코폰’도 강제로 할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에코폰은 고가의 스마트폰 구매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없애겠다며 SK텔레콤이 시행 중인 서비스다. 문건에는 월 판매 목표를 30건 이상으로 잡은 판매점은 T에코폰을 2건 이상, 30건 미만으로 잡은 곳은 월 1건 팔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맞추지 못하면 T에코폰 판매 건당 10만 원의 수수료를 깎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판매수수료를 조절하는 것은 인센티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본사, 대리점, 판매점으로 이어지는 통신 업계의 유통구조상 불가피하게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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