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외 교역 의존도가 큰 대표적인 개방경제 국가이고 금융시장의 개방 정도도 높은 편이다. 그렇기에 한국 증시는 세계 경기와 유동성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다. 코스피가 2,000대에 올라선 것도 몇몇 대외 여건의 개선을 반영하고 있다.
일단 유럽 상황은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행으로 민간 금융기관의 파산 리스크는 거의 없어졌다. 큰 틀에서의 국가부채 해결 방향도 1월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때 신재정협약을 통해 마련됐다. 신재정협약은 성장보다 긴축을 통해 유럽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이다.
신재정협약의 구체적인 시행 과정에서 논란은 불거질 수 있다. 긴축으로 고통을 받는 국민에게 정치인들이 얼마나 동의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당장 4월에 대선을 치르는 프랑스에서는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사회당 후보가 긴축 정책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 재정문제는 각국 의회가 신재정협약 비준 논의를 시작하고 프랑스 대선이 본격화하는 3월 중순 이후 다시 한번 이슈로 부각할 수 있다.
미국 경기는 구조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미 호조세를 나타내는 제조업 경기에 이어 고용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2013년부터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불안 요인이지만 경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을 확률은 낮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별로 좋지 못하다. 월초에 발표됐던 제조업 구매자관리(PMI)지수 정도를 제외하면 수출입 지표, 소비자물가지수, 신규대출, 춘절 소비지표, 신규 대출, 전력 소비량, 철강 내수 유통가격 등이 모두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지난 주말 중국 런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내린 것도 경기 하강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 다만 중국의 1∼2월 경제지표는 ‘춘제 연휴가 어느 달에 있느냐’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편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판단은 1∼2월 지표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3월로 미뤄질 것이다.
3월 중순부터는 긴축에 대한 유럽인들의 선택, 미심쩍은 중국 경제지표 등이 세계 증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는 우호적인 유동성의 흐름을 바꿀 만한 위험요인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당장은 아시아 증시로 유입되는 외국인 유동성에 몸을 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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