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훈풍? VVIP 부동산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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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서울에서 개인병원을 하는 임모 씨(48)는 주말에 가족들과 사용할 목적으로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 238m²(분양면적 기준)짜리 ‘로열 스위트’ 회원권을 사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11월부터 매물을 찾고 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대기자 상태다.

임 씨가 매입하려는 회원권은 한 해의 절반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 ‘프리미엄’급이다. 일반 콘도 회원권은 기껏해야 한 달 남짓 이용권리를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시세도 웬만한 서울 강남지역 100m² 아파트 한 채 값인 7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초고액자산가(VVIP)’를 타깃으로 하는 부동산 상품은 수요가 몰리면서 품귀 현상마저 빚고 있다.

○ 초고가대 골프·리조트회원권 품귀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골프나 리조트 회원권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초고가대 회원권은 사정이 다르다. 회원권 거래 전문업체인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골프회원권 지수는 최근 1년간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 2월 오름세로 돌아섰다. 특히 8억 원 이상 초고가대 회원권 시세의 회복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2월 1371에서 올해 1월 1008까지 떨어졌다가 이달에 1022로 반등했다.

리조트회원권 시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연간 2000만∼3000만 원 하는 중저가 회원권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등과 같은 호재에도 인기가 시들하다. 반면 최고급 리조트는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2층 구조의 독채로 풀, 정원을 갖춘 경남 남해의 ‘힐튼 남해 그랜드빌라’의 경우 적어도 6개월 이상 기다려야만 매물을 구할 수 있다.

충남 태안의 리솜오션캐슬 그랜드, 제주 휘닉스아일랜드의 VVIP 객실 ‘힐리우스’ 등은 매물 자체가 아예 없다. 최고급 리조트들은 독립형 복층구조와 개인정원·수영장을 갖추고 특급호텔에서나 받을 수 있는 ‘컨시어지(개인비서) 서비스’를 제공해 회원권 대기수요가 넘치고 있다.

○ VVIP 투자 심리도 꿈틀하나

부동산시장은 침체에 빠졌지만 최고가 부동산 상품은 불황을 모른다. 고급 빌라나 최고급 리조트 등은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거나 시세가 반등세를 타고 있다. 매매가 약 32억 원으로,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고급주택 ‘오보에힐스’. 동아일보DB
부동산시장은 침체에 빠졌지만 최고가 부동산 상품은 불황을 모른다. 고급 빌라나 최고급 리조트 등은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거나 시세가 반등세를 타고 있다. 매매가 약 32억 원으로,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고급주택 ‘오보에힐스’. 동아일보DB
상위 1%를 겨냥한 시세 30억 원 이상, 330m² 이상의 최고급 주택시장에도 매수 온기가 퍼지고 있다. 한류스타 장근석이 사는 곳으로 유명해진 서울 강남 논현동의 40억 원대 고급빌라 ‘논현 아펠바움 2차’는 총 38채 중 3채를 빼곤 입주가 모두 끝났다. 성남 분당구 판교에서 분양하는 최고 80억 원대의 ‘산운 아펠바움’도 80%가량 주인을 찾았다.

최고가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은 VVIP급 자산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이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만한 물량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30억∼50억 원대의 슈퍼리치들은 2006년 이후 2010년까지 매년 24%씩 늘고 있다. 허혁재 미래에셋증권 WM컨설팅팀 차장은 “VVIP들은 상대적으로 ‘경기 사이클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최상급 부촌과 일반 주택시장의 차별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주가가 강하게 상승하고 있는 데다 대선정국발 유동성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슈퍼리치들의 투자심리가 꿈틀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병용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PB팀장은 “50억∼100억 원대 부동산 투자에 대한 VVIP들의 문의가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며 “투자 트렌드의 선행성을 띤 이 집단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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