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가 분할해 ‘삼성디스플레이 주식회사’로 새롭게 출범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디스플레이 기업이 생기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LCD사업부를 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새 법인의 명칭은 가칭 ‘삼성디스플레이 주식회사’이며 4월 1일 초기 자본금 7500억 원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할 승인을 거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출범 이후 모바일기기에 주로 들어가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합병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인 LCD사업과 전 세계 OLED 시장 96%를 점유하고 있는 SMD가 합병하게 되면 연 매출 30조 원 규모의 거대한 디스플레이 회사가 생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22조7000억 원, SMD는 6조5400억 원이었다.
국내 대기업 순위에서도 단숨에 7, 8위권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안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2위 계열사 위상을 갖게 돼 ‘제2의 삼성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991년 삼성SDI(옛 삼성전관)에서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사업을 이관받아 LCD 연구개발(R&D)을 처음 시작했다. 1995년 월 2만 장 규모의 1라인(370×470mm)을 가동하면서 당시 일본이 주도하던 TFT-LCD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며 시장 진입 3년 만인 1998년 10인치 이상 대형 LCD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이어 40인치 대형 TV용, 발광다이오드(LED) TV용, 3차원(3D) TV용 패널 등 시장을 선점하는 제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2002년 이후 10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켜왔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완제품 부문과 한 법인에 속해 있어서 사내 완제품 부문과 외부 고객사 양쪽의 눈치를 봐야 했다. 이번 분사로 이 같은 애매한 상황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CD 업계는 공급 과잉 및 수요 정체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도 지난해 약 1조60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는 런던 올림픽 등에 힘입어 TV 수요가 회복되고 스마트폰 시장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분사는 이 같은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CD사업부장 박동건 부사장은 “이번 분할로 스피드 경영을 할 수 있게 됐으며 거래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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