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17일 타결한 노사 협상에서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따라 연봉이 20% 삭감된 2009년 이후 입행한 행원들에 대해 ‘6개월 치 삭감분’을 소급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양측은 노사 합의문에 이를 명기했지만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연봉이 깎인 외환은행원들이 못 받은 20% 삭감액 중 지난해 7∼12월분을 100% 원상회복해 지급해 주기로 합의했다. 1인당 200만∼300만 원을 추가로 받는 셈이다.
2009년 이후 입행한 은행원들은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따라 기존 행원보다 20% 적은 연봉을 받아왔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협상을 벌이면서 인상을 요구했고, 협의회가 이를 수용해 대부분의 은행이 올 1월부터 20% 인상한 연봉을 주고 있다.
특히 신한, 우리, 국민은행은 소급기간과 인상폭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연봉까지 원상회복해 지급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연봉까지 소급해 삭감분을 지급하지 않다가 이번 합의로 6개월분을 더 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올해 1월부터 원래 받아야 할 연봉의 90%만 지급해, 2009년 이후 입사한 하나은행 행원들의 경우 다른 은행에 비해 10% 삭감된 연봉을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까지 못 받은 연봉을 원상회복해 주지도 않았고 100%를 지급하는 시점도 올해 7월로 상대적으로 늦다. 연봉이 낮은 하나은행 행원 입장에선 외환은행과의 연봉 격차가 더 벌어지는 셈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합의 내용을 100%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노조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른 은행도 똑같이 하고 있어 공개할 필요를 못 느꼈고 공개할 수 있는 내용만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협상의 투명성이 떨어지면 결국 합병의 첫 단추부터 잘 끼워 나가기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외환은행은 하나금융과의 인수합병(M&A) 성사를 축하하는 특별보너스 지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기본급의 500%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소문이 은행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보너스 부분은 공식 확인해줄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이 때문에 공개된 합의 내용 이상으로 노조가 ‘실리’를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편 노조와의 마찰을 피해 일주일간 출근하지 않았던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20일 오전 8시 반경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으로 첫 출근했다. 윤 행장은 준비한 장미 꽃다발을 마중 나온 김기철 노조위원장에게 주고 포옹하면서 “외환은행을 상징하는 꽃은 장미”라며 “활짝 핀 장미처럼 활짝 핀 외환은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장미는 직원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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