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내달 15일 발효]바꾸고 챙기고 두드리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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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한미FTA 다음달 15일 발효, 民官 무엇을 해야 하나

3월 15일 발효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경제가 ‘통상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FTA는 어디까지나 촉매제일 뿐 그 자체가 선진국으로 가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발효에 맞춰 FTA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민간과 정부가 손을 잡고 유통구조 혁신 등 다양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수입업자 배만 불리면 안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유럽 수입차의 가격거품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한-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된 지 8개월이 넘었는데 가격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오른 데 따른 것이다. 한-EU FTA로 유럽산 자동차 관세는 발효 즉시 8%에서 5.6%로 내렸지만 수입차 값은 오히려 많게는 수백만 원씩 인상됐다. 한-칠레 FTA로 칠레산 와인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칠레 현지에서 1만 원도 안 하는 ‘몬테스 알파’ 와인이 국내에선 4만 원이 넘는다.

FTA를 체결하는 가장 큰 목적이 관세장벽 철폐를 통한 가격 인하인데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애써 FTA를 맺을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의 전근대적인 유통구조 아래서는 자칫 소수 수입업자의 배만 불리고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며 “소비자 이익이 실현되도록 유통구조 개선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관에서 ‘원산지’ 모의 검증”

국내 기업들이 FTA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산지 인증’이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서다. FTA는 당사자들 간의 무역특혜인 만큼 제품에 찍힐 ‘메이드 인 코리아’ 관리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 써야 한다. 대(對)아시아 무역적자가 심한 미국과 EU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생산된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FTA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FTA 협상 내내 경계해 왔다.

한미 양국은 기업의 원산지 관리를 ‘자율발급제’로 규정해 기업마다 자율적으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세관이 사전에 확인하지 않는 만큼 원산지 문제가 생기면 미국 세관이 직접 조사에 나설 수 있다. 관세청 박환주 사무관은 “기업들이 원산지 인증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만 세관에서도 모의 검증과 컨설팅 제공을 통해 원산지 인증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현지 흐름 읽어 맞춤 공략

전문가들은 농식품과 제약 분야처럼 한미 FTA로 인한 타격이 큰 산업일수록 현지 시장의 흐름을 읽고 한국산 제품만의 특장점을 살려 미국 시장을 역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들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 만큼 ‘맞춤 전략’을 세우면 상당한 수출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산업은 농식품 분야다. 올해 미국 언론은 ‘2012년 새로 뜨는 10대 식품산업 트렌드’에 한국 식품을 포함시켰다. 특히 김치 등 한국만의 ‘매운맛’을 살린 음식과 소금, 기름으로 양념한 ‘조미 김’이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KOTRA는 “중국 일본 태국 등 다른 아시아 음식과는 다른 한국만의 강한 매운맛이 미국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한국형 ‘도시락 김(조미김)’ 역시 미국 어린이들의 간식으로 인기”라고 전했다.

제약 분야에서는 한국만의 한약재와 천연 성분을 활용한 ‘생약’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미국인 사이에서 동양의학과 천연물 신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천연물 신약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국내 규제부터 완화돼야 한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 의약품을 믿고 살 수 있도록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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