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수출기업들이 빗장 풀린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약, 법률, 방송통신 등의 업종은 국내시장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 ○ 자동차부품, 섬유 미국 출격 준비
자동차 분야 수출액의 37.9%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품업계는 한미 FTA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볼 업종으로 꼽힌다. 최대 12.5%에 이르는 미국 측 관세가 발효 즉시 없어진다. 볼트나 너트, 자동차 공조용 부품, 브레이크 패드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부품 수출은 향후 15년간 연평균 1억3000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부품 회사인 만도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직접 수출과 국산차의 미국 수출 증가에 따른 간접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물량 확대와 함께 9월 완공되는 판교 중앙연구소를 통해 부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90%를 차지하는 섬유 산업은 평균 13%의 미국 관세가 사라져 15년간 연평균 1억 달러 정도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염규배 한국섬유산업회 이사는 “한국에서 생산됐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한 ‘생산자정보 수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수출회사를 대상으로 FTA 효과를 극대화하는 컨설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과 해운업계는 한미 FTA에 따른 물동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포틀랜드 마이애미 등 미주노선 화물기를 신설하며 화물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 때를 기다리는 자동차
완성차 업계는 2.5%의 미국 측 관세 철폐 시기가 4년 뒤여서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관세가 없어지면 미국시장에서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자부품 및 완제품 대부분이 무관세 혜택을 보고 있어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한국에서 생산하는 냉장고, 세탁기 등과 고급 가전제품은 한미 FTA로 관세 혜택을 받는다. 미국시장의 관세는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1∼2%, TV는 5% 정도다. 세계 냉장고와 세탁기 시장의 수위를 다투는 삼성과 LG는 미국시장에서 미국 유럽 브랜드에 밀리고 있는 프리미엄급 시장 공략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 제약-서비스는 수성 전략 가동
제약업계는 비상이다. 한미 FTA로 국내 제약업의 미국 수출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334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입은 1923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력 사업인 복제약 생산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686억∼1197억 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경쟁력이 있는 신약을 개발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연구개발 비용을 지난해 매출액의 8%에서 올해 10%로 늘려 해외 진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률 서비스 시장의 단계적 개방에 따라 미국 거대 로펌들의 국내 법률시장 진출도 예상된다. 국내 로펌은 외국계 로펌과의 전략적 제휴와 전문화를 모색하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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