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됩시다]돈의 힘으로 오른 증시… 향후 전망 ‘갑론을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유동성 장세 GO” vs “연초 랠리 STOP”

코스피는 8일 2,003.73포인트로 장을 마감하며 다시 2,000시대를 열었다. 그 이후에도 외국인투자가들의 10조 원에 가까운 투입자금을 등에 업고 2,030 선을 넘나들며 상승가도를 달렸다. 그야말로 넘치는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요 며칠 코스피가 주춤하고 있다.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와 그리스 구제금융안 타결이라는 호재도 큰 상승을 불러오진 못했다. 22일 코스피는 보합 끝에 0.22% 오른 2,028.65로 장을 마치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이제 유동성 장세가 슬슬 멈추는 것 아니냐”며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낙관론자’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번 유동성 장세의 성격은 과거와 달리 오래 갈 수 있다고 내다본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22일 “돌발 변수만 없다면 유동성 확대의 긍정적인 영향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통상적인 주식시장 사이클인 ‘유동성 장세-실적 장세-역금융 장세-역실적 장세’의 단기 사이클이 아닌 초기 유동성 장세 이후 실적 장세와 유동성 장세가 혼재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각국이 성급한 긴축정책 도입으로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을 유발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정부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중앙은행이나 모두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원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 “지금은 유동성의 긍정적인 영향에 더 주목해야 할 시기”라며 증권, 은행, 건설, 철강, 운송업종 저가 대형주가 조정을 받을 때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권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랠리를 펼친 데 대한 피로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증시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22일 유동성 장세가 끝나가고 있으며 향후 2∼3개월간 박스권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철중 한투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 합의라는 호재보다 차익실현 매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운송, 조선, 증권, 은행, 화학업종을 중심으로 하락했다”며 “유동성의 힘으로 올랐던 업종들이 힘이 약해지며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의 실적도 김 연구원이 ‘박스권 장세’를 예측하는 이유다. 올해는 2009년과 달리 대형종목의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이다. 그는 “2009년에는 원화 약세를 기반으로 정보통신, 자동차의 실적 추정치가 상향조정됐지만 올해는 엔화 약세, 달러 약세, 유로화 약세 등으로 이머징 통화 강세가 예상돼 한국 증시의 수출주, 대형주의 실적 추정치 상향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도 증시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란 위기로 원유 공급부족 우려가 제기되며 국제 유가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져 실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워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어렵게 만들어 증시에 ‘악재’가 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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