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감원장 대기업 역할론 “재벌체제 무너지면 투자줄어 국민 모두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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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고용-수출-성장 절대적 기여, 글로벌 금융위기 넘겨…
문어발 확장 등 부작용 있지만 자칫하면 교각살우 될수도”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은 23일 “한국의 재벌체제가 무너지면 전체 투자가 줄어 결국 국민 모두가 고통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등이 경쟁적으로 ‘재벌 때리기’에 나선 현실에서 금융당국 고위 인사가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권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감원장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재벌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니 2006년 이후 계속된 규제완화 정책으로 문어발식 확장과 경영권 왜곡 같은 일부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고용 수출 성장 면에서 재벌이 경제에 기여한 공이 절대적으로 컸다”고 밝혔다. 그는 “재벌의 부분적인 문제는 가위로 썩은 가지를 잘라내듯 풀면 되는데, 정치권은 도끼로 나무의 몸통을 찍는 식으로 접근한다”며 “쇠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권 원장은 금감원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55개 중 공기업, 채권단 관리기업, 금융사 등을 제외한 36개 대기업그룹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금감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36개 대기업그룹에 속한 근로자 수는 2010년 말 현재 100만 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 말보다 16만 명 늘었다. 늘어난 고용이 설비투자 증가와 맞물려 긍정적인 효과를 내면서 대기업의 수출규모는 2007년 2300억 달러에서 2010년 3000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전반의 고용여력이 바닥을 드러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통계들은 재벌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핵심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재벌이 성장을 주도한 덕분에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넘겼는데, 재벌의 근간을 흔들면 국부(國富)가 급감해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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