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내 하청업체와 고용계약을 맺은 뒤 해당 기업에 파견돼 2년 이상 일한 근로자는 그 기업에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사내하청을 ‘근로자 파견’이 아닌 ‘도급(하청)’으로 간주해 파견근로자보호법 규제를 피해갔던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업계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관련 업계 근로자의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3일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업체인 예성기업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모 씨(36)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재상고심에서 “최 씨의 해고는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파기환송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현대차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파견 근로자’로 2년 이상 일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파견 근로 여부는 근로계약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계약목적과 원청업체의 지휘권 등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며 “허가받지 않은 파견 근로라도 파견근로자보호법 적용 대상이므로 최 씨는 현대차에 고용됐다가 일방적으로 해고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6년 12월 파견근로자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2년 이상 일한 파견 근로자는 원청업체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 최 씨는 2002년 3월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된 뒤 2005년 2월까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조립 공정에서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근무했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현대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조) 측은 선고 직후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을 대대적으로 환영한다. 현대차는 사내하청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도 이날 울산, 전주, 아산공장 3개 노조 명의로 “현대차는 사내하청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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