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車부회장, 제철 등 경영 보폭 넓혀
대한항공 조현아-원태-현민 3남매 전면 등장
대한전선-한일시멘트-동양그룹도 속속 가세
그동안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재계 3세들이 올해 3월 주주총회를 계기로 핵심 계열사 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면서 경영능력을 검증받는다.
오너 3세의 행보가 가장 주목받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정의선 부회장(42)이 24일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현대제철 사내(社內)이사로 선임되면서 그가 등기이사로서 경영에 관여하는 계열사는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비, 현대제철 등 6곳으로 늘었다.
특히 자동차, 건설과 더불어 그룹의 ‘3대 축’으로 지목되는 현대제철 등기이사 선임은 정 부회장의 그룹 내 관할 범위를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정몽구 회장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에 따라 스스로 일군 회사여서 이 또한 후계구도 강화를 시사한다. 이 때문에 이번 현대제철 등기이사 선임은 정 부회장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내이사 선임은 정 부회장의 책임이 커지는 한편 현대제철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커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의선 체제’ 구축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지분 확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지분을 보유한 순환출자구조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31.88%)와 현대엠코(25.06%)의 대주주지만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나 그룹의 핵심인 현대차 지분이 없다. 그래서 정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9월 기준 0.67%에 불과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얼마나 늘릴지도 관심사다.
이정대 부회장이 물러나며 그룹의 재무총괄이 공석이 된 것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 부회장을 맡은 후 재경본부만큼은 특히 어려워했다”며 “‘곳간’은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는다는 정 회장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대한항공도 3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현아(38), 조원태 전무(36)가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임명된 데 이어 막내인 조현민 IMC 팀장(29·상무보)도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에서 새로운 보직을 맡으며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아 전무는 현재 대한항공의 기내식기판사업본부·호텔사업본부·객실승무본부를 맡고 있으며 조원태 전무는 경영전략본부를 이끌고 있다. 조현민 상무보는 그룹 전반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맡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전선도 고 설원량 회장의 장남인 설윤석 부회장(31)이 다음 달 1일자로 사장으로 직함을 낮추고 본격적인 경영능력을 시험받게 된다. 그가 대표이사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년째 건설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시멘트 업계도 3세의 책임경영이 확대되고 있다.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기호 사장(46)이 지난달 부회장으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장남인 현승담 부장(32)이 최근 동양시멘트 상무보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차장(30)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발령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 침체와 글로벌 시장 경쟁으로 어느 때보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척박한 상황”이라며 “올해는 경영 일선에 나선 오너 2, 3세들이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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