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늘어나는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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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빚 때문에 소비 줄이면 기업 매출-고용 감소

《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900조 원이 넘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참 많다는 것은 알겠는데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요? 가계빚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이고 경제엔 어떤 영향을 주나요? 》
빚이 생기는 이유부터 생각해 보죠. 우리는 현재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립니다. 집이나 차를 장만할 때, 전세금을 마련할 때, 갑작스럽게 큰 병에 걸려 병원비가 필요할 때, 심지어 실직 등으로 생활비가 모자랄 때도 빚을 지게 됩니다. 개념 없이 흥청망청 돈을 써서 빚을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들이 보통 신규 사업이나 투자 등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빌리는 것과는 사뭇 다르죠. 그래서 가계빚은 통상 경제의 어두운 면으로 간주됩니다.

물론 빚 자체를 너무 나쁘게 볼 이유는 없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에겐 빚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근로의욕이 생길 수 있죠. 또 빚을 충실히 갚아 나갈 만큼 소득이 잘 받쳐준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국가경제 전체로 봐도 부채는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가 돌아가게 하는 순기능을 합니다. 만약 할부제도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은 자동차 같은 비싼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없을 겁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가계대출이 거기에 맞춰 늘어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요. 결국 문제는 부채의 규모나 증가 속도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겠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는 91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도 2006년 11.4%로 급등한 뒤 이후 줄곧 8∼9%대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 기간에 경제성장률이 기껏해야 연 5∼6%였던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상당히 크다고 봐야겠죠.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가처분 소득, 그러니까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 가운데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는 비율이 지난해에 18.3%였습니다. 2010년보다 2.2%포인트 높아진 것입니다. 한마디로 100만 원을 벌면 예전엔 16만1000원만 빚을 갚는 데 쓰면 됐는데 이젠 18만3000원이 들어갈 판입니다. 이렇게 소득보다 빚의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건 다시 말해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된다는 뜻이죠. 게다가 요즘엔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같은 ‘제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입니다. 이런 곳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이자 부담도 훨씬 더 큽니다.

가계부채의 급증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빚이 많은 집은 경제에 위기가 오거나 금리가 높아지면 상환부담이 커져 더는 버티기 힘들어집니다. 원금은커녕 이자도 내기 버거운 상황이 오는 것이죠. 그러면 갖고 있던 예금, 적금을 깨거나 보험을 해약하거나 집 또는 주식을 팔아야 합니다. 우린 이미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빚 때문에 무너지는 가정을 많이 봤습니다.

가계부채는 한 나라의 경제 전반에도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이 됩니다. 각 가정에서 소비를 줄이면 기업들의 매출이 줄고 투자와 고용도 감소하겠죠. 또 이들이 빚을 감당하지 못해 부동산 등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집값 하락도 부추기게 됩니다. 이런 악순환으로 국가경제는 하루아침에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빚은 어떻게 관리하면 될까요. “가계부채는 인체의 혈압과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항상 경제의 위험인자로 내재돼 있다가 정도가 심해지면 고혈압처럼 단번에 폭발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이죠. 또 혈압도 적절히 유지하려면 식습관 개선 등 자기관리가 필요하듯이 빚 문제도 소비습관을 바꾸거나 자기계발을 통해 좋은 직장을 잡는 것으로 상당 부분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부 경제 환경이나 정부 정책에 따라 일자리 사정이나 물가 등이 좌우되기 때문에 모든 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만은 없겠죠.

사실 가계부채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올해 경제전망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나 소득이 줄면 빚은 빚대로 늘고 갚을 수 있는 능력은 줄어들게 됩니다. 아무쪼록 경제가 빨리 회복돼서 ‘가계빚 폭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날이 오길 고대하겠습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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