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다음 달 2일 신용(금융)사업과 경제(농산물 유통)사업을 분리해 ‘새 농협’으로 태어난다.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은 1961년 출범한 뒤 50년 만의 일로, 농협은 이번 개혁을 통해 그동안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경제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각오다.
농협중앙회는 28일 브리핑을 열고 “다음 달 2일부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완전히 분리한다”고 밝혔다. 이번 분리로 농협은 하나의 중앙회 아래 ‘경제’와 ‘금융’ 두 개의 지주회사가 있는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된다.
새로 생기는 경제지주는 그동안 중앙회가 운영해 온 경제사업 관련 자회사 13개를 운영하며, 중앙회가 맡아온 농산물 판매·유통 사업을 앞으로 5년간 순차적으로 넘겨받을 예정이다. 금융지주는 다음 달 2일 신설되는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3개 자회사와 함께 종전에 중앙회가 운영해 온 금융 관련 자회사 7곳을 흡수 운영한다. 농협중앙회는 농·축협에 대한 교육, 지원사업을 벌이면서 경제·금융지주 지분 소유를 통해 조직 전체를 총괄할 예정이다.
윤종일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는 “이 같은 구조 개편은 농협의 금융 전문성과 농산물 유통전문성을 모두 높여줄 것”이라며 “특히 이번 개혁의 목적이 ‘경제사업 기능 강화’에 있는 만큼, 앞으로 농산물 유통 분야에 5조9500억 원을 투입해 대형마트 수준의 유통 역량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경제지주는 이를 위해 지역별로 구성된 영세조합 사업체를 연계해 대형화하고, 도매 역량을 강화해 산지와 소비자 간 유통단계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농민들은 현재보다 비싼 값에 농산물을 팔 수 있고 소비자들은 현재보다 싼값에 농산물을 살 수 있다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이번 개혁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농협 금융지주는 막강한 자본력과 규모로 금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농협 금융지주의 자산규모는 2010년 기준 181조 원으로, 출범과 동시에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농협 금융사업은 변액보험이나 프라이빗뱅킹(PB)상품 운영 등에서 많은 규제를 받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 정식 금융지주로 출범한 만큼 더 다양한 상품 출시와 마케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농협 금융지주는 2020년까지 자산규모를 420조 원으로 키우고 지난해 7000억 원에 그쳤던 순이익 규모도 3조8000억 원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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