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녀인 이순희 씨 측이 삼성가 2세의 상속재산 소송과 관련해 “소송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두고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차녀 이숙희 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이 씨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자택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순희 씨의 남편 김규 전 서강대 영상대학원 원장은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런 집안일에 왜 관여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순희 씨는 아들인 김상용 애니모드 대표를 통해서도 이 회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 대표는 “어머니가 전달하신 내용”이라며 “지난해 6월 이 회장 측에서 (상속 당시의 상황과 상속받은 차명재산에 대한 소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왔을 때 선대 회장의 뜻과 이 회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소명 서류를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께서는 당시 확실히 (이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어머니는 평생을 전업주부로 사셨고, 아버지도 평생 학계에 몸담으신 분이라 사업을 잘 모르시고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3세로서 어른들 일에 왈가왈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어머니는 (언니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말씀이 맞다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이 고문 측은 이번 상속재산 청구 소송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이미 끝난 일이며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순희 씨도 이 고문 측과 생각이 같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창업주의 3남 5녀 가운데 이번 소송과 관련해 명확한 태도를 밝힌 이는 소송을 낸 장남 이맹희 전 회장 및 차녀 이숙희 씨, 그리고 이건희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장녀 이인희 고문과 3녀 이순희 씨로 늘었다. 현재 견해를 밝히지 않은 자녀는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유족, 4녀 이덕희 씨, 5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한편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된 이 창업주의 차명재산과 증여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대 회장에게 상속받은 차명재산을 이건희 회장 명의로 하자는 형제들의 이면(裏面) 합의가 있었다면 증여세를 물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의 주장은 상속이 1987년 이병철 회장 타계 시점에 모두 정리됐다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례도 당사자가 상속을 포기해 다른 형제가 더 많은 지분을 받게 됐다고 해서 이를 증여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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