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낸 차명재산 분할 청구 소송의 준비과정을 CJ그룹이 사실상 주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소송 관련 기록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가족관계 증명을 위해 소장에 첨부한 ‘제적등본’의 발급 신청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부친 이 전 회장이 소송을 내기 9일 전인 지난달 3일 이 서류를 발급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유족의 상속권 지분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이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내변호사와 (이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가 함께 소송 제기를 가정하고 법률 검토를 하면서 재무팀으로부터 이 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제적등본을 뗐다”며 “그룹 재무팀은 평소 이 회장의 인감을 보관하고 있어 위임장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이 전 회장이 차명재산에 대한 상속권한이 없다’는 삼성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법률 검토만 했다”던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그룹 차원에서 최근까지 소송 준비를 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제적등본을 발급받는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법률 검토 결과 화우는 물론이고 CJ의 사내변호사도 “소송에서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CJ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9일 그룹 차원의 소송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송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 이 회장의 뜻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이 소송을 내기로 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달 11일 법률 검토를 함께 했던 화우가 “상속권자인 이 전 회장 본인의 뜻을 확인하겠다”며 중국에 건너간 이후의 일이며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게 CJ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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