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58일째 최고치 경신 휘발유 값… 왜 그렇게 오르기만 할까요

국제유가 뛰어 정유사 공급가격 덩달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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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발유 가격이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휘발유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고 도대체 왜 이렇게 오르는 건가요? 》

지난달 27일 L당 평균 2000원을 넘어선 국내 휘발유 가격은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해 3일 L당 2013.49원까지 올랐습니다. 지난해 같은 날 휘발유 가격이 1891.78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4%, 올해 들어서만 석 달 남짓한 기간에 4.1%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1월 6일 이후 58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습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크게 정유사가 원유를 해외에서 들여와 휘발유로 정제해 공급하는 정유사 공급가격과 유류세, 주유소의 유통마진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2월 넷째 주 보통휘발유의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휘발유 가격 중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이 50.78%, 유류세가 46.32%이고, 그 밖에 수수료와 주유소 유통마진이 2.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먼저 휘발유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유소의 공급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휘발유 가격에 따라 결정됩니다. 사실 한국에서 사용되는 휘발유는 대부분 정유사들이 두바이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것이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에 따라 휘발유 공급가격을 결정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 가격에 따라 휘발유 공급가격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내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다 보면 국제 원유시장의 등락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국내 정유사들에 국제원유 가격 등락을 반영해 오르내리는 대표적인 국제 휘발유 거래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에 따라 국내 휘발유 공급가격을 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정유사 공급가격 다음으로는 휘발유에 붙는 각종 세금인 유류세가 있습니다. 유류세 중 가장 비중이 큰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는 L당 475원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상황에 따라 기본세율의 30%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는 탄력세 11.37%를 더해 529원이 붙습니다. 또 주행세(교통세의 26%) 137.54원과 교육세(교통세의 15%) 79.35원이 더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정유사 공급가격과 각종 세금을 합한 금액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됩니다. 교통세와 주행세, 교육세는 정부가 탄력세율을 바꾸지 않는 이상 745.89원으로 고정된 정액세입니다. 하지만 부가세는 정유사 공급가격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뛰면 부가세도 함께 오르게 됩니다. 지난해 정부가 유가 상승으로 1조 원의 유류세를 더 걷었던 것도 이 부가세 때문입니다.

마지막은 주유소 부문이지만 주유소들이 챙기는 마진과 유통비, 카드 수수료 등은 다 합쳐도 휘발유 가격의 2.88% 정도에 불과합니다.

결국 최근 휘발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정유사들의 휘발유 공급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월 마지막 주 정유사들의 휘발유 공급가격은 L당 1010.34원으로 역대 최고가격이었던 2008년 7월 둘째 주 987.1원을 넘어섰습니다.

정유사들의 휘발유 공급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산유국인 이란이 핵개발 문제를 놓고 미국과 긴장을 빚으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2일 전날보다 2.61달러 급등한 배럴당 122.25달러로 올해 초보다 15.4% 상승했습니다. 국내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휘발유 가격도 같은 기간 배럴당 116.28달러에서 134.40달러로 15.6% 올랐습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서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유류세를 낮춰서라도 휘발유 가격을 낮추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유류세를 낮추더라도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거나 정유사들이 세금이 인하된 만큼 휘발유 공급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효과도 없이 세금 수입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싼 가격에 휘발유를 공급하는 알뜰주유소를 확대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