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의 변신… 온난화 주범서 高부가 소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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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 포스텍 차형준 교수팀 ‘저비용-고효율’기술 세계 첫 개발

《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산업용으로 활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국토해양부는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팀이 재조합 탄산무수화효소(carbon anhydrase)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탄산화합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
국토부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지원한 이번 연구 결과는 5일 환경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케모스피어(Chemosphere)’ 온라인 판에 실렸고 특허로도 출원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탄산무수화효소는 이산화탄소를 물과 반응시켜 탄산으로 바꿔주는 효소이며, 이런 과정을 거쳐 발생한 탄산은 양이온과 반응해 탄산화합물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산화합물은 제지 플라스틱 고무 시멘트 페인트 치약 등을 만드는 산업용 재료로 활용되거나 칼슘보조제 인공뼈 등과 같은 의료용품 재료로도 이용될 수 있다.

과학계는 지금까지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지 않도록 회수해 격리하는 방법을 주로 연구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차 교수팀도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차 교수팀은 우선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자연계에서 ‘바이오미네랄화(化)’를 거쳐 탄산화합물로 전환돼 저장되는 원리에다 분자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했다. 바이오미네랄화란 생명체가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등 유기물과 미네랄 등 무기물을 흡수해 껍질이나 뼈 등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또 이산화탄소를 물과 반응시켜 탄산화합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는 ‘수화(水化)작용’을 자연 상태보다 1000만 배가량 빠른 속도로 이뤄지게 만드는 탄산무수화효소를 자체 개발해 사용했다. 이 효소는 ‘나이세리아 고노레아’라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바꿔 만든 것으로 대장균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또 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수용액 상에서 탄산칼슘 결정 침전물로 전환시키는 데 높은 효율을 보였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기존의 탄산무수화효소는 소의 혈청에서 추출돼 g당 300만 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이지만 차 교수팀이 개발한 탄산무수화효소는 g당 1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탄산화합물로 바꾸는 과정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재조합 탄산무수화효소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더욱 경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전환하는 방법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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