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1주일 뒤 기름값까지 족집게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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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 석유공사 예보시스템 개발

국제 원유가격과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휘발유 가격 간에는 통상 1∼2주의 시차(時差)가 존재한다. 예컨대 오늘 국제유가가 어제보다 올랐다고 하더라도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1∼2주 뒤에나 오른다는 이야기다. 유가가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이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거래된 기름이 정유회사를 거쳐 일반 주유소에 공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 시점에서 국제유가의 변동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시기와 폭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현명한 소비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과연 이에 대한 정밀한 예측은 가능할까.

정답은 ‘예스’이다. 빅 데이터 분석기법이 있기 때문이다.

○ 1주일 뒤 유가 족집게 적중


지난해 말 한국석유공사는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인 SAS와 손을 잡고 유가예보 시스템을 개발했다. 당시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국제유가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들어가 있는 시기였다. 지난해 1월 L당 1792원이던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도 그해 10월 1950원대를 넘어서 있었다. 국제유가와 환율, 금융거래정보 등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 1주일 뒤의 국내유가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이 시스템의 개발동기였다.

동아일보가 1, 2월 두 달 총 9주 동안 한국석유공사가 매주 내놓은 유가 예보 데이터를 입수해 실제 유가와 비교해 보니 그 차이가 최대 9원을 넘지 않았다. 1월 넷째 주 경유 예측 가격과 실제 가격은 모두 1821원으로 정확하게 일치했고, 2월 셋째 주 휘발유 예측 가격도 1983원으로 오차가 없었다. 그 정확도는 99.48∼100%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공사는 우선 지난 2년 동안 싱가포르 시장에서 발표하는 국제유가, 시점별 환율, 그에 따라 변화했던 국내 1만2500개 주유소의 기름 가격 데이터를 수집해 세 요소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해서 가격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수집해 모델에 입력한다. 공사가 하루에 신용카드 결제업체(VAN사) 등을 통해 매일 수집하는 주유소 가격 데이터만 약 300만 건.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데이터를 반영하며 예전에 만들었던 가격 예측 모델을 좀 더 정확하게 수정할 수 있다. 이 흐름을 중앙에서 통제하는 것이 SAS의 빅 데이터 시스템이다.

○ 불확실성의 시대…빅 데이터가 정답


물론 과거에도 표본조사 방식을 활용한 유가 예보는 있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유가서비스팀 한승완 과장은 “과거에는 전국 주유소의 10%를 표본으로 삼아 공사 직원이 일일이 주유소에 전화를 해 물어보며 국내 유가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본조사 방식에는 뛰어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한 과장은 “결과가 정확하지 않아 활용하기 어려웠고, 유가를 지금처럼 예측할 엄두도 못 냈다”고 설명했다. 빅 데이터 분석기법이 이 같은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준 것이다.

공사 측은 예보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예측가격의 정확성을 높이고, 휘발유와 경유 이외의 유종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는 것이 중점 목표다. 지역별로 예측 가격도 공개해 소비자들이 더 손쉽게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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