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본격 영농철… 농촌은 지금 일손 구하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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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일당 10만 원 준대도 한국 사람은 일 안 한다고 하죠, 외국인 노동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죠, 봄은 다가오는데…. 올해는 또 어떻게 버틸지 걱정입니다.”

경기 이천시에서 상추 농사를 짓는 농부 최모 씨. 그는 본격적인 영농철이 다가온 요즘 일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 그래도 사람이 없는데 봄이 되면 이래저래 일손이 필요한 곳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최 씨는 “농사라는 게 하루 종일 허리를 구부린 채 끝없이 일해야 하니 나서려는 인부가 없다”며 “제때 출하를 못해 그냥 썩는 물량도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걱정은 최 씨만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올해는 국내에 와 있는 농업분야 외국인 노동자 중 고용허가 기간이 끝나 한국을 떠나야 하는 인력이 3600명에 달해 농가의 시름이 더 깊다. 최 씨도 현재 고용하고 있는 네팔 인력 등 외국인 3명을 하반기에 떠나보내야 한다.

최 씨는 올 초 외국인 노동자 신청 때 새 인력을 데려오려고 이틀 밤을 줄 서서 기다려 3명을 신청했지만 간신히 2명을 배정받았다. 그는 “외국인 일손이 필요한 농가 10곳 중 실제로 확보한 곳은 2, 3곳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래도 나는 나은 편”이라며 씁쓸히 웃었다.

요즘 농촌에서는 일손 구하기가 ‘전쟁’이다. 경기 광주시에서 농사를 짓는 이모 씨는 “해달란 대로 해주고, 원하는 대로 맞춰줘야 외국인 일손을 붙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웃돈을 주거나 휴대전화를 선물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한국말이 능숙하고 농사 경험이 풍부한 이들은 같은 출신 국가 일꾼을 몰고 다니며 농업 현장을 지휘하는데, 이런 ‘인재’들은 농촌에서 특히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임우선 산업부 기자
이 같은 인력난 때문에 농업계는 올해 농업분야 외국인 쿼터를 7800명으로 늘려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와 같은 4500명 수준으로 동결했다. 내국인 일자리 감소와 불법체류자 증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에서 일하는 내국인 인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대부분 60, 70대 할머니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층 진전된 인력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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