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경총회장 “복지 과속… 정치권 균형감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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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젖소 10마리 목장에 100마리 키우면 목초 말라죽고 우유도 못얻어”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치권이 지금 쏟아내는 복지 및 대기업 정책은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치권이 지금 쏟아내는 복지 및 대기업 정책은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젖소 10마리 목장’의 비유를 들며 “정치권이 지금 쏟아내는 복지정책은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젖소 10마리가 10통의 우유를 생산하던 목장에 젖소 20마리를 키워 우유 20통을 얻었는데 욕심을 더 내서 100마리를 키웠더니 목초가 모두 말라죽고 우유는 결국 한 통도 얻지 못했다”며 “복지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성장을 저해하는 복지는 목초를 모두 갉아 먹는다”고 말했다. 복지의 수준을 높이기 전에 경제 성장 속도를 감안해 어느 정도 참고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은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기업 정책에서도 정치권이 균형감각과 속도감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2004년 산자부 장관 재임 시절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논의했고 성과 공유 및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시행하는 와중에 정치권이 이 로드맵을 전면 개정하려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최근 보도자료에서 ‘과로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부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쓰느냐”며 “근로시간은 소득, 고용유연성, 생산성과 연관되어 있고 이런 요인들을 조정하지 않은 채 근로시간만 줄인다면 고용이 과연 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보다 시장경제 원칙 아래에 기존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논의의 초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노조가 정치화되고 정치권이 노동계 편향적으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노동계 인사 중 40여 명이 공천되거나 경선 중”이라며 “많은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좋지만 정치가 한쪽으로 쏠려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양 노총이 노사정 합의에 따라 개정된 노조법을 시행한 지 1년 만에 ‘전면 재개정하라’고 요구하면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희범 경총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산자부 장관을 지냈고 2006∼2009년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일했다. 2010년 9월 2년 임기의 경총 회장으로 부임했으며 올해 2월 재선임됐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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