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자유무역협정(FTA) 홈페이지가 많긴 한데 정작 제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는 너무 힘드네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주부 이서란 씨(33)는 한미 FTA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를 알아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시도했다. ‘FTA’와 관련된 수많은 홈페이지가 검색됐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FTA 종합지원포털’이란 곳을 찾았지만 135쪽 분량의 책이 통째로 PDF 파일로 올려져 있어서 필요한 부분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한국이 FTA 강국이라지만 정작 인터넷에서 필요로 하는 FTA 정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고용노동부 농림수산식품부 관세청 등 FTA 관련 부처와 무역협회, KOTRA 등 유관단체들이 FTA 홈페이지를 구축했지만 대부분 정보가 중복되거나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내용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FTA 협상을 담당하는 외교부 홈페이지에선 FTA 추진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지만 FTA로 관세가 얼마나 인하되는지, 각 FTA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재정부가 운영하는 FTA종합지원포털을 통해 FTA 가격인하 효과를 알려면 100쪽이 넘는 PDF 파일을 열어 첫 장부터 살펴봐야 한다. 관세청 FTA 포털의 경우 한미 FTA 안내는 자세히 나와 있지만 이 못지않게 사업자들에게 중요한 한-유럽연합(EU) FTA에 대해선 이렇다 할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
재정부 관계자는 “홈페이지 관리는 각 소관 부처 책임이고, FTA 관련 기관들이 홈페이지 통합 운영을 위해 별도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FTA 초기단계인 만큼 각자의 특성에 맞게 운영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딱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급자’ 중심의 편의적 시각을 느낄 수 있다.
FTA 담당 기자도 사이버 공간에서 길을 잃을 지경인데 FTA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 “업무별 소관부처의 홈페이지에 모두 접속해서 각자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찾아내라”는 말은 백사장에 보석을 뿌려놓았으니 찾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미 FTA의 효과를 폄하하는 괴담들이 여전히 인터넷을 달구는 상황에서 ‘FTA 친절 도우미’를 자처할 만한 대표 홈페이지 하나 꾸려 달라고 하는 게 결코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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