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별 로고가 번쩍이는 고급 세단.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이는 굳건한 성장의 배경이기도 했지만 젊은 소비자층 공략에는 걸림돌이었다. 좀 더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후발 고급차 업체에 추격을 허용한 계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벤츠는 최근 젊고 세련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는 소형차와 스포츠카의 출시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1월 국내에 출시된 2인승 로드스터(좌석이 2개이고 차체 높이가 낮은 지붕개폐형 스포츠카) ‘뉴 SLK 200 블루이피션시’가 그중 하나다. SLK는 1996년 1세대가 처음 출시됐고 이번 신형은 3세대에 해당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존 모델과 같은 차로 보기 힘들 만큼 달라진 외관이다. 앞부분이 길고 뒤가 짧은 전통적인 로드스터의 실루엣은 그대로지만 절제된 장식선과 화려한 램프, 강렬한 느낌의 라디에이터그릴로 세련미를 높였다.
지붕을 열어도, 닫아도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 하드톱(지붕이 철제로 된 컨버터블)의 강점이다. 지붕을 열 때 걸리는 시간은 약 20초. 실내가 비좁아 운전석 높낮이 조정이 쉽지 않고 낮은 차체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가 낮아지는 점은 로드스터를 타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불편이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305마력을 발휘하던 ‘SLK 350’에 비해 낮은 수치이지만 로드스터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쾌한 움직임은 여전하다. 가속 능력은 시원하고 운전대의 조향감도 예리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237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7초가 걸린다.
신형 SLK는 주력 모델의 엔진 배기량을 기존 3.5L에서 1.8L로 절반 가까이로 줄였다. 배기량을 낮춘 덕에 공인연비는 기존 L당 8km(SLK 350 기준)에서 11.6km로 좋아졌고 가격은 6750만 원으로 1440만 원이나 낮아졌다. 이쯤 되면 최근 자동차업계의 추세인 다운사이징(배기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을 넘어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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