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금성(換金性)이 높은 상장회사의 주식도 아니고, 단 1주를 사려 해도 200만 원 가까운 돈이 필요한 주식에 투자자가 몰린다면? 얼핏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사실이다. 삼성에버랜드 주식 얘기다.
한국장학재단이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삼성에버랜드 주식 10만6149주(4.25%)가 조기에 ‘완판(판매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주간사회사인 동양증권은 19일 “물량을 100% 소화할 만큼 청약이 들어온 데다 추가 인수희망자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동양증권은 26일 최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하고 28일 낙찰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장학재단의 삼성에버랜드 주식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막내딸인 고 이윤형 씨가 갖고 있던 것이다. 삼성그룹은 2006년 8000억 원 규모의 사회헌납을 발표한 뒤 이 주식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 기부했고, 한국장학재단이 이를 다시 인수했다. 재단 측은 주식을 팔아 장학사업에 쓸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는 비(非)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주주가 당장 주식을 현금화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또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를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누차 밝힌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사 장기 보유하려는 개인 재력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그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頂點)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주식가치가 떨어질 일이 거의 없다는 점.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삼성 일가가 보유하고 있어 일반 투자자에게 희소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주당 매각가격은 26일 본입찰에서 결정된다. 공개입찰 방식이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써낸 순으로 물량을 배정받는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과거 KCC가 삼성에버랜드의 주식을 산 가격인 주당 182만 원보다는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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