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이모 씨(37·여)는 얼마 전 출산휴가를 마치고 다시 회사로 복직했다. 이 씨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고민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평소 거래하던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증권사가 이 씨의 직장과 성격, 집안 배경 등에 맞는 베이비시터를 구해준 덕분에 마음 편히 회사에 나갈 수 있었다.
#2 증권사 초우량고객(VVIP)인 A 씨(63)는 요즘 혼기가 찬 아들의 배필을 찾는 게 가장 관심사다. A 씨는 증권사에 도움을 청했고 증권사는 VVIP 고객 자녀 중 A 씨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대상자를 찾아 맞선 자리를 마련해줬다. 상위 1%의 VVIP를 잡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증권사의 PB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증권사의 PB 서비스는 투자 상품 소개,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 등 증권사 고유의 업무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드사들이 VVIP카드 고객을 위해 해외구매대행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증권사들도 컨시어지(개인비서) 서비스는 물론이고 가업승계까지 돕고 나섰다.
○ 자녀교육에서 의료상담까지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달 5일부터 ‘트루 프렌드 컨시어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관리자산 10억 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법률, 자문 컨설팅을 포함해 의료, 여행, 교육 등 생활 전반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고객이 원하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도움을 준다. 얼마 전에는 40대 PB 고객이 휴가계획을 짜달라고 요청해오자 증권사에서 직접 항공편, 숙소, 여행일정 등을 정리해 다음 날 고객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500명이 넘는 고객이 신청하는 등 반응이 좋다”며 “가장 많이 찾는 서비스는 여행 및 레저, 의료 분야”라고 설명했다.
트루 프렌드 컨시어지 서비스는 국내외 구분 없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에 한투증권 영업점이나 고객선터에 전화 한 통이면 이용할 수 있으며 의료상담은 365일 24시간 동안 가능하다.
영업점 PB 고객뿐만 아니라 온라인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자산이 1000만 원 이상이고 전년 누적거래금액이 240억 원을 넘은 온라인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100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클럽 소속 고객들에게는 협력병원의 종합검진을 무료로 제공한다. 온라인 고객 특성에 맞춰 정보기술(IT)담당 직원이 고객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PC방문 점검 서비스’도 해준다.
우리투자증권은 미술과 연계한 마케팅 전략으로 VVIP를 끌어 모으고 있다. 업계 최초로 아트갤러리를 접목해 만든 프리미어 블루 센터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또 고객들에게 예술작품 분석, 보험, 절세 컨설팅도 함께 제공한다. 최근에는 미술업계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이 소장하던 작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 가문 재산관리 서비스 제공
미래에셋증권은 2월 20일 고액자산가와 최고경영자(CEO) 고객을 위한 ‘미래에셋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고객 개인뿐만 아니라 가문과 기업을 아우르는 서비스로 한 가문의 재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준다. 고객들은 법률, 상속, 부동산과 관련해 가문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원활한 기업 경영을 돕기 위한 컨설팅도 이뤄진다. 기업공개(IPO), 채권발행 등 기업의 자금조달부터 자금운용까지 자문해준다. 이외에도 고객의 가족을 대상으로 인문학 아카데미, 자녀 금융 인턴십, 차세대 CEO 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미국 록펠러 가문을 비롯해 소수 엘리트 가문에서 집사 역할을 하던 패밀리오피스 시스템을 한국형 VIP시장에 맞게 도입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기업을 운영하는 고객들에게 가업승계와 관련해 1 대 1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삼성증권은 상담을 의뢰한 고객의 기업을 분석해 가장 좋은 가업승계 방법을 제안하고 맞춤형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공익재단 설립, 유산 기부 등 기부 컨설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 측은 올해부터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를 할 때 세제혜택이 늘어남에 따라 고객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컨설팅 접근방식 등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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