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5시 반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서부축구장으로 향하는 도로는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주차장에는 안내 요원까지 배치됐고, 많은 사람이 몰리자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까지 등장해 입구에서 연신 허리를 숙이며 명함을 건넸다. 이날 서부축구장에서는 현대중공업 창사 40주년 기념 사업본부대항 축구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현대중공업의 사내(社內) 축구대회는 역사와 규모로 볼 때 국내 최고 수준이다. 1974년부터 시작돼 38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약 230개 팀이 참여해 선수만 4000여 명에 이른다. 실력에 따라 1, 2, 3부 리그로 나뉘기 때문에 독일 프로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에 빗대 ‘현대스리가’로 불릴 정도다.
이처럼 사내 축구대회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 것은 직원들의 축구 사랑과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회사는 경기지원금 등을 포함해 연간 1억 원이 넘는 예산과 진행 요원을 지원한다. 현대중공업은 “배를 만들 때 블록 조립에서 허용되는 오차는 최대 6mm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서별, 팀별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협력을 다지는 데 축구만 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40주년 기념으로 특별히 마련된 이번 대회에서 조선사업본부와 해양사업본부가 맞붙은 이날 결승전에는 양 본부 직원 3000명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김외현 조선사업본부장과 강창준 해양사업본부장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축구는 정규직 직원들과 협력회사 직원들의 단합에도 큰 역할을 한다. 이번 대회에는 11명의 선수 중 3명은 협력회사 직원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을 뒀고, 이날 결승골도 조선사업본부 협력회사인 ‘성운’ 소속의 박상진 선수(35)가 넣었다. 박 선수는 “일할 때나 운동할 때 협력회사 직원이라고 해서 차별받는 것은 없다”며 “조선사업본부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이 되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병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오늘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보여준 역동적인 모습은 회사가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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