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광물 사용 실태 조사에 나섰다. 미국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아프리카 분쟁지역의 광물 사용 규제 조치가 국내 부품업체의 대미(對美) 수출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와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KAICA)은 이달 초부터 국내 자동차부품업체의 광물 사용 실태를 조사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경부 관계자는 “8일까지 1차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품에 사용하는 광물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는 업체가 대다수였다”며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미국 측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자인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암초로 떠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미국에 부품 공급업체, 원자재 출처 증명해야
미국 정부는 7월부터 아프리카 10개 분쟁지역(콩고민주공화국 콩고 우간다 수단 르완다 부룬디 탄자니아 잠비아 앙골라 중앙아프리카)에서 채굴된 일부 광물(탄탈륨 텅스텐 주석 금)의 사용을 규제하기로 했다. 광물 판매대금이 반군에 유입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관련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개혁법(도드-프랭크법)을 통과시켰다. 미 당국은 6월 말까지 시행령을 제정할 계획이다.
규제가 시행되면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빅3’와 주요 부품업체 등 미국 증시 상장업체는 부품에 들어간 광물의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위반 시 영업금지 명령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미국 업체들이 협력사에 원산지 증명을 요구할 것으로 지경부와 부품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외국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실제 사용 여부보다 ‘미사용 입증’ 어려워 문제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는 실제 사용 여부를 떠나 해당 광물을 사용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부품 공급망 범위가 넓고 원자재 유통 경로가 복잡한 자동차부품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완성차 한 대에는 2만5000개 안팎의 부품이 들어간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를 대표하는 기관인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측은 “현재까지 해당 지역에서의 광물 수입량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더 큰 문제는 분쟁지역 광물을 사용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납품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차 협력사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의 2, 3차 협력사는 더욱 원산지 증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일부 부품은 이미 조립된 상태로 가져오는데 여기에 어떤 광물이 쓰였는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했다.
또 이번 조치가 사실상 미국에 부품을 공급하는 전 세계 업체에 해당돼 이 업체들이 일제히 광물 원산지를 바꾸면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몰려 원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부품 대미 수출액은 50억1800만 달러(약 5조6703억 원)로 무선통신기기(92억3800만 달러), 자동차(89억370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비중이 컸다. 자동차부품은 15일 한미 FTA 발효로 관세(2.5∼10%)가 전면 철폐되며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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