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주차장에 세워진 기아자동차의 ‘레이’를 보자마자 가장 반긴 이는 두 딸이었다. 화이트 크림 색의 레이를 ‘아이스크림 차’라며 보자마자 연신 싱글벙글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도 두 발로 계단을 걸어 올라가듯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고 TV 광고가 과장이 아니구나 싶었다.
차에 타서는 박스카 특유의 높은 차고 때문인지 경차임에도 공간이 넉넉했다. 뒷좌석은 성인 남자가 앉아도 비좁은 느낌이 없었다. 확 트인 시야도 시내 주행길 꽉 막힌 도로 안에서 답답함을 덜어줬다.
속도는 숫자로 계기판 중앙에 큼지막하게 표시돼 알아보기 쉬웠다. 전통적인 바늘 방식의 속도계도 달려 있지만 바늘 눈금에 속도가 표시돼 있지 않아 굳이 없어도 되는 기능 같았다. 기어박스가 마치 화물차처럼 센터페시아 쪽에 있는 것은 상당히 낯설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유모차 실을 만한 공간이 없다고 고민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운전자 옆좌석에 비스듬히 세워도 된다.
차에 부착된 옵션은 경차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다. 키를 꽂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키 시스템에서부터 파워윈도, 스티어링 휠 열선기능, 실시간으로 연비를 알려주는 트립컴퓨터, 7인치 내비게이션 등은 차라리 몇 개는 빼고 가격을 낮췄어도 됐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신 자영업자 수요를 겨냥해 머리 위쪽에 서류를 넣어두기 좋은 수납공간 등 운전자석 주위로 숨어 있는 공간은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시동도 부드럽게 걸렸다. 은근 가속도 가능했다. 차고가 높아 주행 때 불안정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탄탄한 현가장치(서스펜션) 덕에 비교적 안정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좁은 학원가 골목길 주차에서 레이의 진가는 제대로 발휘됐다. 비좁은 주차장 진입로도 쏙쏙 빠져나가 ‘주차 공포증’이 있는 여자 운전자들에게 유용할 듯했다. 자녀 통학용으로 차량 구입을 고민 중인 사커맘(Soccer Mom·자녀 뒷바라지에 열성적인 엄마)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승합차를 탈 때면 슬라이딩 도어 여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 레이를 시승하면서 슬라이딩 도어에 대한 편견도 지울 수 있었다. 두 돌이 채 지나지 않은 딸도 스스로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나왔을 정도니 말이다.
배기량 1000cc급 휘발유 엔진은 최고출력 78마력, 연료소비효율(연비)은 L당 17km로 도심에서 타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가격(4단 자동변속기 포함, 선택장치 별도)이 1240만∼1495만 원으로 모닝과 한국지엠의 스파크보다 비싸다. 경차 같지 않은 가격은 4인 가족이 쓸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과 편의장치가 포함된 점을 감안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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