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남 영암의 F1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는 비가 내렸다. 젖은 트랙 위에 고급 수입 세단들이 줄을 섰다. 렉서스의 스포츠세단 ‘뉴 GS 350’, BMW ‘528i’와 벤츠 ‘E300’ 3종이다. 수입차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준대형급 차종이다. 한국토요타는 12일 렉서스의 신차 뉴 GS를 출시하며 이들 차종의 비교시승 행사를 준비했다.동아일보는 한국 고급 수입차시장에서 격전을 벌일 이들 동급 차종을 번갈아 타고 길이 5.4km의 F1 트랙을 반복해 달렸다. 우열을 가릴 수는 없었다. 다만 개성은 뚜렷했다. 도전자의 입장인 뉴 GS의 성공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평가했다.》 ○ 외관에서 강한 존재감
뉴 GS의 외관은 기존 모델보다 한층 더 공격적인 인상으로 바뀌었다. 스포츠세단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전면부에는 모래시계를 연상케 하는 모양의 라디에이터그릴을 적용했다. 공기저항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하단 범퍼도 스포츠 타입으로 달았다. 전반적으로 날카롭고 강한 인상을 준다. 경쟁 모델인 벤츠 E클래스는 중후함, BMW 5시리즈는 세련미를 강조한다. 뉴 GS는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이 뚜렷한 스포츠세단’이라는 디자인 의도를 담았다.
겉보기에는 그리 큰 차라는 느낌을 주지 않지만, 실내 공간은 크게 넓어졌다. 차체 높이를 기존 모델보다 3cm 키웠다. 머리가 위치하는 공간이 널찍하다. 인테리어는 고급 재질로 곳곳을 마무리하고 렉서스 모델 중 처음으로 아날로그 시계를 다는 등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가득하다.
○ 공격적인 주행성능… 코너링 손맛 ‘일품’
국내 출시된 뉴 GS는 3종류다. 2.5L급 가솔린 엔진을 단 ‘뉴 GS 250’(5980만 원)과 3.5L급인 ‘뉴 GS 350’(6580만 원), 렉서스 고성능 브랜드인 ‘F’에서 디자인과 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를 차용한 ‘뉴 GS 350 F-스포트’(7730만 원)다.
주력 모델인 뉴 GS 350은 310마력의 최고 출력을 낸다. 기존 모델보다 3마력 높아졌다. 준대형급으로는 차고 넘치는 힘이다.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9.5km. 경쟁 모델인 BMW 528i는 2L급 엔진으로 250마력을 내며 연비는 L당 13.3km, 벤츠 E300은 3.5L급 엔진으로 245마력을 내며 L당 9.2km를 달린다.
세 모델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벤츠 E300은 제원의 수치가 낮지만 섬세하고 진중한 승차감이 좋다. 그러면서도 조작에 따라 얼마든지 스포티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 매력적이다. BMW 528i는 배기량을 낮춘 만큼 연비가 가장 좋다. 스마트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뉴 GS는 강력한 주행성능을 도드라지게 강조했다. 렉서스는 이전까지 정숙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데 주력했다. 신형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폭발적으로 튀어나갔다. F1 트랙의 급격한 코너를 들어설 때 움직임은 칼같이 예리했다. 특히 F-스포트에 달린 핸들링 시스템(LDH)은 전자식으로 네 바퀴의 움직임을 제각각 조정해 더욱 정교한 조향감각을 준다. 과거 도요타의 스포츠카 ‘셀리카’에 기계식으로 장착돼 호평 받았던 기능이다.
○ 칼 빼든 렉서스의 재도전
렉서스는 일본차의 자존심이었다. 독일차업체가 독점적인 지위를 과시하는 세계 고급차시장에 내민 도전장이기도 했다. 한때 한국과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린 적도 있다. 판매량은 최근 크게 줄었다. 한국과 미국에서 BMW에 고급차 판매 1위를 내주고 벤츠, 아우디에도 추월을 허용했다. 원인은 다양했다. 어긋난 후속모델 출시 타이밍, 미국에서의 대규모 리콜과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생산 차질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렉서스는 가장 간단하고 명쾌한 해결 방법을 찾았다.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개발된 뉴 GS는 ‘신생 렉서스’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5년의 개발 기간 동안 세계 각지에서 100만 마일(약 160만 km)의 시험 주행을 거쳤다. 명예 회복을 위해 칼을 갈아온 사무라이에 비유할 법하다.
그에 따른 자신감일까. 렉서스는 뉴 GS를 출시한 뒤 세계 각국에서 독일 동급 세단과의 비교시승행사를 열고 있다. 그중 최고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택은 소비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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