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EXPO]여수엑스포 관문 ‘이순신대교’ 세계인의 이목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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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2260m국내 최장 현수교…내진 1등급 설계·최대 풍속 초속 90m 견딜 수 있는 국내 기술로 만들어

전남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 야경. 조형미를 한껏 살린 ‘한국적인 미’와 ‘이순신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엑스포를 찾는 세계인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 제공
전남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 야경. 조형미를 한껏 살린 ‘한국적인 미’와 ‘이순신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엑스포를 찾는 세계인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 제공
《23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 3공구 건설현장. 금호동과 여수시 묘도 사이 바다를 연결하는 이순신대교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웅장한 주탑과 긴 케이블, 날렵한 모양의 상판은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건설현장에서는 아스팔트 포장과 가로등, 방호책 등을 설치하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공정은 90%를 넘어섰다.

이순신대교는 국내 교량 건설의 역사를 새로 쓰는 기념비적인 토목 구조물이다. 해상교량 기술 자립이라는 국내 건설업계의 오랜 꿈을 실현시켰다. 서영화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이순신대교는 국난 극복의 역사가 담겨있는 곳에 순수 국내 기술로 건설하는 만큼 어떤 교량보다도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 관문 역할을 할 이순신대교를 엑스포 개최 전에 임시 개통한다.》
○ 여수엑스포 랜드마크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을 굵은 케이블로 연결하고 그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강선(와이어)에 도로 상판을 매달아 놓은 형태의 교량이다. 이순신대교는 왕복 4차로, 길이 2260m로 국내 최장 현수교다.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주경간장도 1545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주경간장을 1545m로 설계한 것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해인 1545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여수는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수군제독으로 부임했던 전라좌수영 본영이 있던 곳이다. 광양 앞바다는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의 배경이 됐다. 이순신대교는 엑스포에서 조형미를 한껏 살린 ‘한국적인 미’와 ‘이순신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2007년 11월 착공된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개설 공사는 2012년 말 준공 예정이다. 총연장은 9.58km, 총 사업비 1조636억 원이 투입된다. 총 5개 공구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림산업이 맡은 이순신대교는 3공구 구간이다. 이 도로는 여수국가산단과 광양국가산단 간 원활한 물자 수송과 물류 비용 절감, 서남해안 관광개발 여건 개선 등을 위해 전남도가 발주했다. 모든 공사가 끝나면 여수와 광양 두 국가산업단지 간의 이동거리가 60km에서 10km로, 이동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줄어들어 연간 6333억 원의 물류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해안 일대의 관광 활성화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리를 중심으로 여수 광양 하동 창원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관광 벨트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교량 개통 이후 하루 1만 명 이상이 남해안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광환 전남도 도로교통과장은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광양만권의 물류 혁명을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 버금가는 관광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현수교


현수교는 단순한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다. 현대 최첨단 기술과 고차원의 구조역학이 녹아 있는 하이테크 산업의 결정체다. 그동안 국내에 건설된 현수교는 외국 엔지니어와 기술을 빌려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순신대교는 대림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기술과 공법을 동원한 ‘순수 자립 기술’로 만들어졌다. 현수교의 설계에서부터 시공 및 유지보수까지 모든 분야를 자국 기술로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주탑 두 개를 연결하는 케이블 가설 작업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수교 시공 과정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정이다. 무게가 수만 t에 이르는 케이블을 주탑과 앵커리지에 올리는 작업은 대부분 공중에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케이블 가설장비를 개발하지 못해 주로 일본에서 임차해 사용해 왔는데 대림산업은 이를 100% 국산화하기 위해 순수 국내 기술로 케이블 가설장비를 직접 개발했다.

주탑을 세우면서 하루에 2m씩 높여 가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해 11개월 만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주탑이 가장 높았던 덴마크 그레이트벨트교가 30개월 걸린 점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다리 건설에는 각종 첨단 공법도 선보여 한국의 뛰어난 토목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주탑 건설에 적용된 ‘슬립 폼(Slip Form)’ 공법이 대표적이다. 콘크리트 거푸집을 탈착하지 않고 유압잭을 이용해 거푸집을 자동으로 상승시키는 공법으로 주야 24시간 연속으로 콘크리트를 타설 할 수 있어 일반 공법에 비해 50% 정도 공기를 단축했다.


다리는 리히터 규모 7, 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1등급 기준으로 설계됐다. 차량이 통행할 상부 구조물은 국내 최초로 유선형 트윈강박스 보강거더(빔·건설구조물 떠받치는 보)를 사용해 최대 풍속 초속 90m까지 견딜 수 있게 건설했다. 대림산업은 이순신대교에서 완성된 한국형 현수교 원천 기술을 토대로 미국과 일본, 유럽의 건설사가 주도하고 있는 해외 특수교량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270m의 세계 최고 콘크리트 주탑 이순신대교 “세계가 놀랐다” ▼


이순신대교는 공사 과정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며 국내 해상 특수교량 건설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리를 지탱하는 주탑은 서울 남산(262m), 63빌딩(249m)보다 높은 270m. 콘크리트 주탑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다. 현존하는 현수교 콘크리트 주탑 중 가장 높은 다리는 덴마크 그레이트벨트교(254m)이다. 주탑과 주탑 사이 주경간장(1545m)은 일본의 아카시대교(1991m), 중국 시허우먼교(1650m), 덴마크 그레이트벨트교(1624m)에 이어 세계 4번째다.

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 인장강도(케이블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는 1860MPa(메가파스칼)급이다. 지금까지 현수교에 설치된 강선 중 가장 강도가 높은 일본 아카시대교(1760MPa급)보다 뛰어나다. 케이블은 지름 5.35mm의 강선(wire) 1만2800가닥을 촘촘하게 엮어서 만들었다. 강선 한 가닥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은 4t에 이른다. 케이블 2개에 들어가는 강선 길이만 7만2000km로 지구 두 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다.

다리 상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트윈 박스 거더’ 방식을 적용했다. 트윈 박스 거더는 비행기 날개 모양으로 거더(빔·건설구보물 떠받치는 보) 중간에 바람 길을 터 일체형 거더보다 바람에 견디는 효과가 크고 무게는 가볍다. 태풍 분류 기준으로 최고등급에 해당하는 초속 44m 이상의 매우 강한 태풍 2개가 한꺼번에 몰려와도 안전하게 지지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 상판 도로는 평탄성은 물론이고 포장 품질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에폭시 아스팔트 포장을 했다. 포장도 두께 80mm의 일반 아스팔트가 아닌 50mm로 시공해 다리 자체 하중을 줄이고 케이블 직경과 앵커리지 규모를 줄였다. 통상 10년인 포장 수명도 30년으로 늘렸다.


바다에서 상판까지의 높이는 최대 85m, 평균 71m나 돼 다리 밑으로 초대형 선박 운항이 가능하다. 주탑 사이 선박 운항 가능 폭은 1310m로, 길이 440m의 1만8000TEU(1TEU는 20피트 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두 척이 양방향으로 동시에 운항할 수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대림산업#여수엑스포#여수EXPO#이순신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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