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전기자전거 타고 해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일반 자전거는 값싼 中-대만산에 밀렸지만…

만도 마이스터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 만도 제공
만도 마이스터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 만도 제공
세계 3대 자전거 전시회인 ‘타이베이 자전거 쇼’는 그동안 독일 보쉬, 일본의 파나소닉, 야마하 등의 독무대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거의 전시장을 찾지도 않았다. 그러나 7∼10일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는 한국 대기업 관계자가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LS네트웍스, 만도의 자회사 마이스터, 삼성SDI 등에서 온 관계자들은 ‘전기자전거’ 시장 동향을 살피기 위해 한시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 가능성 풍부한 전기자전거 시장


22일 찾은 서울 용산구 LS네트웍스 본사의 사무실 한가운데에는 검은색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 자전거와 다를 바 없지만 배터리 모터 등의 기술을 갖춘 전기자전거다. 직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협력업체에서 만든 전기자전거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었다. 본사에서 3명, 협력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인력 15명이 투입돼 올 6, 7월에 첫 제품 출시를 목표로 전기자전거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스터 역시 연구원 10여 명을 투입해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를 개발했다. 현재 대량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이 회사는 올 10월경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약 5000대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지에서는 시장이 매년 20%씩 커지고 있다. 일반 자전거로는 힘에 부치는 오르막길도 거뜬하게 오르고 집에서 두 시간가량 충전해 최대 80∼9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고령화와 고유가, 친환경이 이슈인 시대에 ‘대안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삼천리자전거, 삼현 등 일반 자전거 전문 업체들이 50만∼150만 원대의 전기자전거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한국도 오르막이 많아 전기자전거 잠재 수요가 많다”며 “배터리 기술이 개선되면 값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기자전거로 자전거 2.0시대 열자”


국내 기업들은 국내 일반 자전거는 값싼 중국산 대만산에 밀렸지만 배터리와 컨트롤러, 모터 등 고급 응용기술이 필요한 전기자전거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LS네트웍스 측은 “전기자전거의 핵심 중 하나가 배터리 기술인데 국내에는 삼성SDI, LG화학 등 해당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대기업들이 있다는 게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자전거가 소비자들에게 회사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다는 것도 해당 기업들에는 매력적이다. 만도 관계자는 “독일의 보쉬처럼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이 전기자전거로 소비자들과 호흡하는 것을 벤치마킹했다”면서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기술력을 선보이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협력해 전기자전거 개발에 나서는 중소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출신으로 전기자전거의 성장성을 보고 뛰어든 박호석 파워라이드 대표는 24일 LS네트웍스와 손잡고 전기자전거를 개발하기로 했으며 포스코 출신 허사진 히든파워 대표 역시 이 회사와 협력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