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1억5000만 원을 2000억 원으로 불린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사진)의 ‘마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역외투자와 인수합병(M&A)이라는 두 가지 금융기법을 교묘히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 선 회장은 해외펀드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한 뒤 국내 기업에 되파는 수법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진그룹과 이면계약으로 500억 원 상당의 이득도 함께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하이마트 성공신화의 이면엔 이런 ‘불편한 진실’이 가려져 있었다.
○ 역외투자 통해 M&A 이후 지분 유지
26일 검찰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선 회장은 2005년 초 아들 현석 씨와 딸 수연 씨 이름으로 해외투자법인 룩스(LUX CE)에 1억5000만 원을 투자해 룩스 지분 14%를 확보했다. 조세피난처인 룩셈부르크에 설립된 룩스에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를 비롯해 케이맨 제도에 설립된 케이맨 CE 홀딩스, 국내 기업인 DY홀딩스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후 룩스는 또 다른 조세피난처인 네덜란드에 페이퍼컴퍼니 ‘Korea CE 홀딩스’를 세웠다. 이 회사는 다시 2797억 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하이마트홀딩스를 설립했다. 2005년 4월 하이마트홀딩스는 은행 등에서 2330억 원을 대출받아 5127억 원에 선 회장의 하이마트 지분 14%를 포함한 하이마트 주식 80%를 사들였다. 은행 대출을 빼면 2797억 원에 하이마트를 인수한 셈이다.
당시 하이마트 주식은 대부분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사가 갖고 있었다. 선 회장은 룩스에 임직원 보유 주식은 주당 17만 원에 넘기면서 자신의 지분은 주당 22만 원에 팔아 1000억 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이마트의 모회사가 된 룩스의 지분 14%를 자녀의 이름으로 미리 확보함으로써 지분은 유지했다. ○ 이면계약으로 500억 원 상당 가로채
룩스는 하이마트홀딩스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한 첫해 하이마트가 낸 영업이익 600억 원으로 은행 대출을 갚았다. 나머지 1700여억 원의 대출은 하이마트와 하이마트홀딩스를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모두 하이마트에 떠넘겼다.
일반적으로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M&A에 나서는 차입매수(LBO) 방식은 국내외에서 배임 행위로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하지만 룩스는 Korea CE 홀딩스와 하이마트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갔다.
룩스는 2007년 12월 하이마트 지분 100%를 통째로 유진그룹에 1조9500억 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AEP 등 룩스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1조7500억 원의 이익금을 나눠 가졌지만 국내에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선 회장의 자녀들에게도 배당금 2000억 원이 돌아갔다.
선 회장은 룩스가 유진그룹에 하이마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영권과 하이마트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등 약 500억 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선 회장은 이면계약을 통해 하이마트 주식 19%(700억 원 상당)를 자녀의 이름으로 액면가인 약 500억 원에 사들임으로써 다시 한번 대주주 자격을 유지했다. 회사를 두 차례나 M&A 시장에 넘겨 2500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되 하이마트 지분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처럼 교묘하게 합법을 가장했지만 선 회장은 결국 이 같은 수법과 비리가 들통 나 23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선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27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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