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종구 회장, 역외투자 통한 M&A… 불법-합법 줄타기로 2000억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하이마트 성공신화 이면의 인수합병 진실

2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1억5000만 원을 2000억 원으로 불린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사진)의 ‘마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역외투자와 인수합병(M&A)이라는 두 가지 금융기법을 교묘히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 선 회장은 해외펀드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한 뒤 국내 기업에 되파는 수법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진그룹과 이면계약으로 500억 원 상당의 이득도 함께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하이마트 성공신화의 이면엔 이런 ‘불편한 진실’이 가려져 있었다.

○ 역외투자 통해 M&A 이후 지분 유지

26일 검찰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선 회장은 2005년 초 아들 현석 씨와 딸 수연 씨 이름으로 해외투자법인 룩스(LUX CE)에 1억5000만 원을 투자해 룩스 지분 14%를 확보했다. 조세피난처인 룩셈부르크에 설립된 룩스에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를 비롯해 케이맨 제도에 설립된 케이맨 CE 홀딩스, 국내 기업인 DY홀딩스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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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룩스는 또 다른 조세피난처인 네덜란드에 페이퍼컴퍼니 ‘Korea CE 홀딩스’를 세웠다. 이 회사는 다시 2797억 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하이마트홀딩스를 설립했다. 2005년 4월 하이마트홀딩스는 은행 등에서 2330억 원을 대출받아 5127억 원에 선 회장의 하이마트 지분 14%를 포함한 하이마트 주식 80%를 사들였다. 은행 대출을 빼면 2797억 원에 하이마트를 인수한 셈이다.

당시 하이마트 주식은 대부분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사가 갖고 있었다. 선 회장은 룩스에 임직원 보유 주식은 주당 17만 원에 넘기면서 자신의 지분은 주당 22만 원에 팔아 1000억 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이마트의 모회사가 된 룩스의 지분 14%를 자녀의 이름으로 미리 확보함으로써 지분은 유지했다.
○ 이면계약으로 500억 원 상당 가로채

룩스는 하이마트홀딩스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한 첫해 하이마트가 낸 영업이익 600억 원으로 은행 대출을 갚았다. 나머지 1700여억 원의 대출은 하이마트와 하이마트홀딩스를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모두 하이마트에 떠넘겼다.

일반적으로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M&A에 나서는 차입매수(LBO) 방식은 국내외에서 배임 행위로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하지만 룩스는 Korea CE 홀딩스와 하이마트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갔다.

룩스는 2007년 12월 하이마트 지분 100%를 통째로 유진그룹에 1조9500억 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AEP 등 룩스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1조7500억 원의 이익금을 나눠 가졌지만 국내에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선 회장의 자녀들에게도 배당금 2000억 원이 돌아갔다.

선 회장은 룩스가 유진그룹에 하이마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영권과 하이마트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등 약 500억 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선 회장은 이면계약을 통해 하이마트 주식 19%(700억 원 상당)를 자녀의 이름으로 액면가인 약 500억 원에 사들임으로써 다시 한번 대주주 자격을 유지했다. 회사를 두 차례나 M&A 시장에 넘겨 2500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되 하이마트 지분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처럼 교묘하게 합법을 가장했지만 선 회장은 결국 이 같은 수법과 비리가 들통 나 23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선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27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기업#선종구#하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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