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4.5%… 산업銀 파격금리 ‘강수’ 6개월 수신액 863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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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제1금융권 예금 금리 최고… “민영화 앞두고 소매금융 홍보”

26일 현재 1금융권에서 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KDB산업은행이다. 이 은행의 ‘KDB다이렉트 하이정기예금’의 1년 금리는 4.3%이고, 우대 금리 혜택을 받으면 연 4.5%까지 올라간다. 이는 은행권 정기예금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낮은 한국씨티은행 ‘프리스타일예금’의 연 2.6%보다 1.9%포인트 높고, 은행권에서 두 번째로 금리가 높은 제주은행의 ‘사이버우대정기예금’보다 0.3%포인트 높은 이자율이다. 1년에 1억 원을 맡긴다고 가정할 때 한국씨티은행 상품과 비교하면 연간 이자 수익이 190만 원 차이가 나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30일 이 상품을 출시한 이후 26일까지 8631억 원의 수신액을 올렸다.

산업은행의 파격적인 금리에 대해 다른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의 저축은행급 금리’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산업금융채권 등 저리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국책은행의 이점을 살려 시중 은행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민영화 이후 소매 금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고 ‘강수’를 두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도 민영화 이후에는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소매 금융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며 “산업은행이 소매 금융도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높은 금리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1월 말 산업은행과 함께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IBK기업은행의 사례를 보면 이런 설명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기업은행은 자사 홍보대사인 방송인 송해 씨가 “기업은행은 기업만을 위한 은행이 아니고,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광고를 한 뒤에 은행을 찾는 노인 고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례적으로 높은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을 시판하는 것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강만수 회장 겸 행장이 역발상으로 산업은행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 놓은 사례”라고 주장한다. 영업점이 부족해 수신기반이 약한 산업은행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네덜란드 금융회사인 ING의 ‘다이렉트 뱅킹’을 벤치마킹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점포 은행 개념을 도입해 내놓은 상품이 KDB다이렉트 상품이라는 것이다. 이 상품은 고객이 전화를 하면 산업은행 직원이 해당 고객을 찾아가서 상품 가입을 받는 구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점포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이자를 더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금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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