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수출의존형 성장전략이 타국과의 무역분쟁을 촉발한다고 판단하고 수출보다 수입을 확대하는 등 교역정책을 일부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 중궈징지(中國經濟)망에 따르면 중산(鐘山)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23일 열린 ‘2012 중국무역상황보고대회’에서 “올 들어 중국은 8건의 무역분쟁을 겪고 있다”며 “금액으로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 늘어난 22억8000만 달러(약 2조6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중 부부장은 “중국은 최근 17년 연속 무역분쟁 최다 국가가 됐다”고 덧붙였다.
중 부부장은 특히 무역분쟁을 불러일으킨 데는 희토류 생산 수출 제한 등 에너지 자원 개발 관련 정책도 있지만 보다 넓게는 기존 발전모델의 한계를 지목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보조금을 주고, 수입 관세 장벽을 높이거나 만성화된 덤핑 등이 외국과 마찰을 빚는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중 부부장의 이번 발언은 최근 수출보다는 수입 확대에 무게를 두겠다는 고위 당국자 등의 잇단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은 이달 초 양회(兩會)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인 수입 확대 계획을 밝혔고 상무부 직속 연구기관인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은 2월 보고서에서 수입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정책 선회 움직임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분쟁을 피하겠다는 정치적 고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중국의 환경 에너지 토지 노동 등 각 분야에 대한 직간접 보조금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면에는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역(逆) 케인지언 처방’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기 침체기에 교역상대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해당국의 화폐가치는 평가 절하된다. 이는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KOTRA 베이징(北京) 무역관의 박한진 부관장은 “주요 교역대상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려 이들 국가의 유효수요를 확대해 중장기적인 수출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케인지언 처방은 정부 지출 확대 등을 통해 자국 내 유효수요를 창출해 경기를 살리는 데 주력한다. 이에 비해 중국의 ‘수입 확대’ 처방은 상대국이 수출을 많이 해 경제가 튼튼해짐으로써 장기적으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할 수 있는 기반을 키움으로써 중국에 순기능을 미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인건비와 고물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3고(高)로 인해 설비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에 따라 고도 자동화 설비 수입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수입이 늘어나면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줄일 수 있고, 내수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정책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강(易綱) 런민은행 부행장은 25일 “외환보유액이 많을수록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향후 수입관세율(평균 9.8%) 인하, 중소 수출업체용 기계설비 수입 장려, 반(半)제품 수입 확대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중국의 교역정책 변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25% 안팎인 데다 중국의 자체 수출과 한국의 대중 수출이 상관관계가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자국의 수출 비중을 줄일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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