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9시 전후로 화장실에 빈자리 찾기가 힘들어요. 다들 스마트폰 보며 개장 시간을 기다리나 봐요.” 3년차 주식투자자인 윤모 씨(30)가 전하는 증시 개장 시점의 회사 분위기다. 윤 씨는 회사 컴퓨터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깔 수가 없어, 직장에선 실시간 시세 확인이나 매매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스마트폰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설치한 뒤로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오후 3시 장 마감때까지 일하랴, 틈틈이 시세 확인하랴, 거래하랴 바쁘다고 했다. 》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모바일트레이딩이 주식투자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스마트폰 등 무선거래 비율은 2010년 3.80%에서 지난해 9.27%로, 올 들어서 2월까지 12.31%로 크게 높아졌다.
모바일트레이딩의 영향으로 주식투자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우선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서 ‘틈새 투자’를 할 수 있게 돼 투자에 시공간적 제약이 사실상 사라졌다.
증권사 직원 김모 씨(32)는 “흡연자들은 건물 밖으로 담배 피우러 갈 때 라이터뿐 아니라 주식거래를 위해 스마트폰까지 챙기는 게 필수”라며 “점심시간 식당에서 시세를 확인하고 주문을 넣는 것도 여의도에서는 흔한 풍경”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수수료 쇼핑’도 모바일트레이딩 시대의 새로운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거래하면 수수료 인하나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증권사를 잘 골라 스마트폰으로 주식거래를 하면 얼마든지 낮은 수수료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주식 주문을 넣기 위해 스마트폰 공부를 하는 고령층과 주부들도 나타났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모바일트레이딩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그동안 외면하던 스마트폰을 사서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다.
증권사들도 갈수록 커져가는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수료 인하 경쟁은 기본이고 일정 기간 MTS를 이용해 일정 금액 이상 주식거래를 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할부금을 지원하고 약정금액에 따라 추가 통신비까지 준다. ‘휴대전화를 바꾸고 싶으면 모바일 주식거래를 시작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조창현 신한금융투자 과장은 “HTS 시장이 열리면서 기존에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고객들이 새로 유입됐던 적이 있다”며 “증권사들에 모바일 시장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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