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사진)이 하이마트에 납품을 중개하는 위장계열사를 차린 뒤 이 회사의 수익금 등 수십억 원을 가로챈 혐의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선 회장은 자신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들을 하이마트와 협력회사에 ‘유령 직원’으로 올린 뒤 급여 등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29일 검찰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선 회장은 2002년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소형 가전제품을 하이마트에 납품하는 위장계열사 M사를 세운 뒤 이 회사의 유통마진 등 50여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이달 초 이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선 회장은 이 회사에 동생과 인척을 임직원으로 올려 급여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수년간 딸이 타고 다닌 벤츠 승용차 리스비용 3억 원도 이 회사가 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채널A 영상] ‘횡령의 달인’ 선종구, 수억원 대 그림도 받았다!
선 회장은 하이마트 계열사 HM투어 대표를 맡고 있는 아들 선현석 씨를 하이마트 직원으로 올려 1억여 원의 급여를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선 회장은 선 씨 유학비용도 해외 파견근무처럼 꾸며 회사가 내도록 했다. 또 자신이 보유하던 1000만 원 상당의 그림을 하이마트가 8000만 원에 사게 한 데 이어 미술을 전공한 딸의 그림도 하이마트가 5000만 원에 사들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 결과 선 회장은 2002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명주식을 임의로 처분했다”며 자신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정주호 전 대우자동차 사장에게 회삿돈 30억 원을 빼돌려 합의금으로 지급하고 당시 자신의 변호사 선임비용 30억 원도 회삿돈으로 낸 것으로 밝혀졌다. 선 회장은 하이마트 협력회사인 납품중개업체 5, 6곳에 자신의 지인과 친척을 직원으로 올려 급여 등으로 수십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김환기 화백의 ‘나리꽃’ 등 유명 작가의 그림 여러 점도 인테리어업체에서 받았다.
검찰은 선 회장이 이런 방식으로 200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협력업체로부터 100억 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위장계열사를 세워 회삿돈을 빼돌리고 고급 외제승용차와 미술품이 함께 등장하는 비리 수법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매우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 아이팩의 회삿돈으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등 고급 외제승용차를 빌리고 해외 유명 작가의 미술품 140억 원어치를 사들여 자택에 걸어둔 혐의 등으로 지난해 6월 구속 기소됐다. 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형이 낮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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