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부의 카드대출 규제 등 수익성이 더욱 악화돼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난 10여 년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은 이에 대해 “전략이나 여러 대응에서 가장 호흡을 빨리 갖고 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생산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카드는 혁신 경영의 하나로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폐지하기로 했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수치화한 KPI는 객관적 숫자를 통해 합리적 관리가 가능하지만 직원과 조직의 유연성과 기민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정 사장의 생각이다. KPI 자체에만 연연하느라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숫자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목표 수치도 있고 성과 데이터도 있지만 숫자에만 집착하지 않고 숫자의 질에 대한 논의를 집중한다는 것이 현대카드의 방침이다.
대중들은 현대카드의 혁신적인 광고를 많이 떠올린다. 정 사장은 “마케팅 비용을 늘려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고 우량고객을 늘리면 대손비용이 줄어 전체 비용이 감소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의 이런 전략은 대중의 머릿속에 현대카드의 이미지를 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전문대학원 학생들뿐만 아니라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오라클 등 세계 유명 기업들도 현대카드의 이 같은 마케팅 전략과 혁신 경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현대카드를 찾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해도 마케팅 비용은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특히 올해는 ‘현대카드스러움’을 더욱 잘 나타낼 수 있도록 ‘표현(Expression)’ 개념을 마케팅에 도입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애플답다’, ‘애플스럽다’ 같은 표현이 나올 정도로 선보이는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방식까지 ‘애플스러움’을 구현한다. 정 사장이 추구하는 ‘표현 전략’도 이와 비슷하다. 정 사장은 20일 현대카드로 견학을 온 MIT 슬론경영전문대학원 학생들 앞에서도 “MP3가 아니라 아이팟, 오토바이가 아니라 할리데이비슨, 미니카가 아니라 미니처럼 신용카드가 아니라 현대카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드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배송되는 청구서, 다양한 행사와 서비스에서도 현대카드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가꾸어 이런 철학을 구현해 나갈 방침이다.
정 사장은 이를 ‘정제된 기능성(Distilled Functionality)’이라고 규정하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통일된 전략 안에서 정해진 틀만 따르지 않는 독창성이 조화돼야 진정한 ‘현대카드스러움’이 구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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