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日 엘피다 인수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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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1차 입찰제안서 제출… “자금 동원력 충분”
美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 인수 견제 분석도

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 인수전에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도시바에 이어 한국의 SK하이닉스도 뛰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30일 엘피다 인수 추진설에 대한 증권거래소의 조회공시 요청에 대해 엘피다의 매각 주간사회사인 노무라에 1차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답했다. 엘피다는 메모리반도체인 D램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일본 반도체업체로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 업체다. 이 회사는 일본의 NEC와 히타치, 미쓰비시 등이 D램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1999년 12월 합병해 만든 일본 유일의 D램 회사다. 하지만 최근 5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결국 2월 말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SK하이닉스 측은 “엘피다 인수가 경쟁력 향상과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지 판단하기 위해 인수에 참여했다”며 “실사를 통해 회생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반도체업계에서는 급작스러운 SK하이닉스의 인수전 참여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모기업인 SK텔레콤의 풍부한 현금 동원력을 감안할 때 인수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수전 참여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입찰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고도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엘피다 인수전에 참여함으로써 SK하이닉스는 경쟁업체가 엘피다를 인수할 때 최대한 많은 금액을 적어내도록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SK하이닉스가 실사 과정에 참여해 엘피다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본다면 앞으로 이 회사가 경쟁사의 손에 넘어가더라도 대처 방안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해석도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D램 시장점유율이 23%에 이르는 SK하이닉스가 시장점유율 13.1%의 엘피다를 인수한다면 단숨에 36.1%의 시장점유율을 갖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삼성전자(시장점유율 42.2%)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또 마이크론(시장점유율 11.6%)이 엘피다를 인수한다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D램 시장 2위가 된다는 점도 SK하이닉스를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측은 “엘피다와 하이닉스 사이의 시너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인수 조건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면 후속 과정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SK하이닉스#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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