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2위인 한국, 진흥, 경기, 영남 등 ‘한국계열’ 4개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왔다.
이들 4개 저축은행은 전체 지분 51%를 매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저축은행들이 자산건전성 확충을 위해 계열 저축은행이나 사옥을 매각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저축은행 전체의 경영권 매각까지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 진흥, 경기, 영남저축은행은 한국금융그룹의 저축은행들로 지분 상호 출자로 연결돼 있다. 이들 4개 저축은행의 자산은 7조669억 원이다. 이는 솔로몬저축은행에 이어 업계 2위로 상대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가 작아 우량 저축은행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경기 12.97%, 영남 12.67%, 진흥 8.38%, 한국 5.12% 순이다.
한국, 진흥, 경기 등 3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사옥을 매각해 800억 원, 유상증자를 통해 400억 원 등 총 1200억 원을 조달했지만 금융당국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자본 건전성을 충족하기가 힘들어지자 경영권까지 내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영 실적이 가장 좋지 않은 저축은행 한 곳만 매각하려 했지만 매수자가 없어 우량 저축은행까지 묶어서 매물로 내놓게 됐다”며 “미국계 사모펀드 등을 대상으로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2위의 대형 저축은행그룹이 통째로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은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PF 대출시장이 막히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된 것이 첫 번째 이유이지만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금융당국의 압박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저축은행 업계는 “총선이 끝나면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소문에 잔뜩 움츠린 상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기 시정조치 유예를 통보한 5개 저축은행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강도 높은 검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이르면 4월에 추가 부실 저축은행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에게 각각 징역 7년, 징역 14년이 선고되는 등 부실저축은행 경영진에게 엄한 책임을 묻는 최근의 법원 판결 경향도 경영권 포기 같은 수단을 선택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경영진 사이에 ‘영업정지는 형사처벌’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감독당국의 제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을 매각한 데 이어 계열사인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공평학원에 넘겼다. 또 경기 평택시 소재 토지 13만6800m² 등 비업무용 토지에 대해서도 공매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저축은행도 보유 중인 골프장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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