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최근 펀드 환매 러시에 따른 대기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펀드에 가입했다가 원금까지 까먹으며 속앓이를 했던 투자자들이 수익률과 위험을 조절해 선택할 수 있는 ELS로 갈아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97조8000억 원으로 3개월 연속 매달 2조 원 가까이 줄고 있다. 펀드 설정액 규모가 100조 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말 이후 11개월 만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올해 초 증시 상승에 힘입어 그동안 원금 손실을 보던 펀드들이 본전을 회복하자 바로 환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ELS 발행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3월 ELS 발행액은 전달보다 8700억 원 늘어난 약 5조5200억 원을 나타냈다. 2월 4조6500억 원으로 최고액을 보인 이후 1개월 만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운 것이다. 지난해 주가 폭락 직후인 9월 발행액 1조89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3배로 급증했다.
ELS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그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으로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청약할 때 조건과 수익률이 미리 정해진다. 조기 상환 조건을 달성하면 몇 개월 만에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기 때문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대기자금을 맡기기에 적합하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펀드는 판매사 직원들이 수익률이 좋다고 권하지만 얼마나, 언제 이익이 나는지 모른다”면서 “ELS는 투자한 돈이 어떤 조건에 얼마나 버는지 알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작다”고 말했다.
3월 발행 ELS를 기초자산별로 살펴보면 등락폭이 큰 종목형 상품보다는 안정적인 지수형 상품 비중이 늘었다. 국내와 해외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를 합치면 전체의 80%가 넘는다. 특히 코스피200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가장 많고 조기 상환율도 높은 편이다. 이 두 자산을 기초로 한 신한금융투자 공모ELS 3576호는 발행 4개월 만인 지난달에 연 36.50%의 높은 수익률로 조기 상환됐다. 이 연구원은 “HSCEI가 최근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초자산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단 HSCEI는 유동성에 한계가 있어 규모가 더 커진다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ELS에 돈이 몰린다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ELS는 수익률과 상환 조건 그리고 위험 정도가 다양하게 설계되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 조기 상환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3년 만기 상품이기 때문에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목형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시가총액 상위 대표주로 구성된 상품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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