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면 시장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중심에 바로 ‘하얀 국물’이 있다. 라면 하면 빨간 국물만 있는 줄 알았던 우리에게 하얀 국물 라면은 등장 자체로 충격적이었다. ‘꼬꼬면’과 ‘나가사끼짬뽕’등 하얀 국물 라면은 어떻게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온 것일까.
일각에선 하얀 국물 라면이 빨간 국물 라면보다 칼로리가 낮아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두 제품은 칼로리는 물론이고 영양성분(단백질, 지방, 나트륨) 함량까지 비슷한 수준이다. (△꼬꼬면: 120g, 520kcal, 탄수화물 80g, 단백질 9g, 지방 18g, 나트륨 1750mg △나가사끼짬뽕: 115g, 475kcal, 탄수화물 80g, 단백질 10g, 지방 13g, 나트륨 1830mg △신라면: 120g, 505kcal, 탄수화물 78g, 단백질 10g, 지방 17g, 나트륨 1930mg)
그렇다면 라면 맛을 좌우한다는 수프의 성분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얀 국물 라면은 ‘맑은 육수와 칼칼한 맛’을 내세우며 ‘얼큰하고 매운’ 빨간 라면에 도전장을 던졌다.
각각의 라면에는 수십 가지 원료가 들어가지만, 빨간 국물 라면과 하얀 국물 라면 모두 매운 맛을 내는 고추, 후추 등 기본 재료는 비슷하다. 국물의 색과 관련해 살펴봐도 실제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신라면의 경우 수프에 있는 고춧가루와 각종 향신료 등이 섞여있는 조미분말이 붉은색을 낸다. 반면 흰색 라면은 수프에 고춧가루를 적게 넣는 대신 덩어리가 큰 매운 고추 조각을 많이 넣는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 육수의 종류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꼬꼬면은 닭고기 육수, 나가사끼짬뽕은 돼지뼈 육수와 해물, 신라면은 쇠고기 육수를 사용한다. 결정적으로 여기에다 국물이 흰색이란 점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비결이 됐다.
요즘엔 아이러니하게도 ‘백색 가전’의 대표 상품인 냉장고는 흰색이 아닌 검정, 와인색에 심지어 문양을 넣은 제품이 각광을 받는다. 라면에서는 반대로 기존의 붉은 계통을 거부하고 등장한 흰색이 소비자를 자극했다. 흰색 라면은 기존의 진부함이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비자 심리를 잘 공략한 제품이다.
꼬꼬면은 유명 연예인 이경규 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 요리경연대회 출품을 위해 자신의 어린시절 할머니가 끓여주던 닭곰탕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바탕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쫄깃한 면발, 담백한 닭고기 육수, 그리고 청양고추의 칼칼함이 함께 어우러져 대한민국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런 매력은 매스미디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거기에 이경규와 꼬꼬면을 엮은 무궁무진한 스토리, 거듭된 실패(영화사업 등) 끝에 결실을 거둔 이경규 개인의 성공담 등이 얹히면서 전국적인 호기심을 자극했다. 결국 꼬꼬면의 승리 이면에는 마케팅 요인도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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