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할인 공세에 고급화 맞불… 홈쇼핑 ‘거꾸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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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올해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프랑스 패션 브랜드 ‘모르간’ 매장 전경. 홈쇼핑이 독점 판매한 브랜드의 가두 매장을 연 것은 처음이다. GS샵 제공
올해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프랑스 패션 브랜드 ‘모르간’ 매장 전경. 홈쇼핑이 독점 판매한 브랜드의 가두 매장을 연 것은 처음이다. GS샵 제공
홈쇼핑 업체들이 고급화 전략에 발 벗고 나섰다. ‘홈쇼핑 제품은 무조건 싸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해외 명품이나 백화점 브랜드를 과감히 홈쇼핑 채널로 들여오고 있는 것. 움츠린 소비심리를 공략하기 위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연일 할인행사를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와도 손잡고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같은 브랜드라도 프리미엄 라인 제품을 주로 판매해 홈쇼핑 판매 전략이 ‘소품종 다량 판매’에서 ‘다품종 소량 판매’로 바뀌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패션 부문을 강화하고자 한섬을 인수했던 현대홈쇼핑은 14일 ‘끌로에’ 수석디자이너 출신 마르틴 시트봉과 손잡고 고급 잡화 브랜드인 ‘마틴 싯봉’을 출시한다.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들어 화제가 된 ‘벨루치 백’ 2종을 새로 기획해 19만9000원에 판매한다. 이에 앞서 현대홈쇼핑은 신장경 이상봉 박윤수 등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속옷 및 패션의류를 독점적으로 판매해 왔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명품급으로 분류되던 상품 수를 지난해보다 2배로 늘릴 계획이다.

GS샵은 지난해 3월 프랑스 패션브랜드 ‘모르간’을 독점 판매해 연매출 300억 원을 올렸다. 이어 올해 3월 홈쇼핑 업계 최초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가두 매장인 ‘모르간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최근 GS샵은 프랑스 브랜드 ‘빠뜨리스 브리엘’을 독점 판매해 방송 7회 만에 55억 원어치를 팔았다.

홈쇼핑 업체들은 PB 상품을 강화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셀렙샵’ ‘베이직엣지’ ‘스타릿’ ‘럭스앤버그’ 등 자체 패션 브랜드를 이미 갖고 있는 CJ오쇼핑은 지난달 베라 왕과 협업한 란제리 브랜드 ‘피델리아’를 출시했다.

이제까지 홈쇼핑 업체들은 홈쇼핑 전용 2류 브랜드를 따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홈쇼핑 채널을 통해 백화점과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트루릴리젼’ ‘비지트 인 뉴욕’ 등 소위 ‘백화점용 브랜드’를 판매해 큰 호응을 얻은 롯데홈쇼핑은 올해 백화점용 브랜드 수를 23개로 늘렸다. 의류브랜드들도 백화점이나 가두 매장보다 단시간에 높은 매출을 올리는 홈쇼핑 채널을 선호하고 있다.

홈쇼핑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도 무조건 저렴한 제품보다 질 좋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며 “같은 상품이라도 무이자 할부 및 무료 배송 등 홈쇼핑의 이점을 누릴 수 있어 홈쇼핑이 고급 제품의 유통 채널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기업#유통#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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