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도 투자도 똑소리… ‘김 여사’ 모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SC은행이 2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본점에서 개최한 콘서트형 재테크 강좌에서는 100여 명의 ‘김 여사’ 투자자들이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의 강연을 집중해서 들었다. SC은행 제공
SC은행이 2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본점에서 개최한 콘서트형 재테크 강좌에서는 100여 명의 ‘김 여사’ 투자자들이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의 강연을 집중해서 들었다. SC은행 제공
2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SC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부대상 ‘콘서트형’ 재테크설명회. 강단에는 투자전략팀장이나 유명 프라이빗뱅커(PB)가 아닌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48·여)이 등장했다. 그는 ‘돈’에 대한 철학을 수다를 떨듯 풀어놓았다.

100여 명의 참석자는 대부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설명회장을 찾은 30∼50대 주부들. 김 원장의 강의에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던 이들은 2부에 본격적인 투자전략 강의가 시작되자 눈빛이 달라졌다. 수첩을 꺼내 투자유망 상품과 노후대비 플랜 등에 대해 꼼꼼히 메모했다. 이들은 ‘일대일 맞춤 투자컨설팅’ 예약을 하고 설명회장을 총총히 빠져나갔다.

○ ‘김 여사를 잡아라’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김 여사’라고 불리는 전업주부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엔화를 팔아 외화를 사서 성장성이 높은 외국에 투자하는 전업주부들을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부른다. 와타나베 부인처럼 외국 투자에 몰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업주부로서 비교적 큰 금액을 투자한다고 해서 김 여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들은 많게는 수억 원의 금융자산을 굴리며 각종 투자설명회에 빠지지 않는 핵심 참가자들이다. 5일 신한금융투자 전국지점에서 열린 투자전략 설명회의 주요 고객도 주부들이었다. 신한금융투자 측은 “표본 5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참석자 172명 중 86명이 30∼50대 주부였고 다른 지점에서도 50%가량은 주부였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를 잡으려는 금융권의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하다. 권형진 신영증권 압구정·청담 지점장은 자산가 주부고객을 잡기 위해 오페라 강의에 나섰고 이정환 신영증권 대치센터장은 주부고객들과 ‘독일 가곡 배우기’에 도전했다. 이 센터장은 “단순한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주부고객과 교류하고자 성악을 전공한 본점 직원과 8주 과정의 강의를 마련했다”며 “고객들이 친구들을 데려와 함께 강의를 듣는 등 반응이 뜨거웠으며 자연스레 신규 고객도 확보됐다”고 말했다.

○ 투자 트렌드에 민감

투자설명회장에 김 여사들이 북적거리게 된 배경은 이들이 은행 예·적금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금융투자상품과 직접투자로 관심의 대상을 옮겼기 때문이다. 집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간편하게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점도 김 여사를 전면에 등장하게 한 요인이다.
장시영 동양증권 PB는 “김 여사들은 인터넷과 주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쌓은 투자 지식을 자랑하며, 남편과는 별개로 재테크를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누가 뭘 해서 수익을 올렸다’는 소문에 굉장히 예민해서 주변 사람이 특정 상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면 그쪽으로 관심이 확 쏠린다”고 전했다. 또 “차곡차곡 목돈을 모으기보다 은행 대출이자를 갚거나 생활비에 보탤 당장의 ‘쌈짓돈’을 찾는 데 더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박스권 증시에서 김 여사들은 어떤 상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까. 올해 초까지는 에르메스 등 유럽 명품주나 애플과 같은 해외 블루칩을 공략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치’가 빠르고 안정성향을 지닌 이들은 주가연계증권(ELS), 메자닌 펀드, 공모주 펀드와 같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정환 대치센터장은 “연 6∼7% 정도의 수익과 절세가 김 여사들의 투자 키워드”라며 “저축성보험 등 방카쉬랑스 상품이나 즉시연금도 이들의 관심목록에 들어 있다”고 귀띔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투자#김여사#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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