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천광암]SNS로 동네가게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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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천광암 산업부 차장
천광암 산업부 차장
‘역시나’였다. 서울 강동·성북구를 포함해 전국 20개 지역에서 대기업슈퍼마켓(SSM) 236곳이 강제휴무에 들어간 8일 소비자들과 관련 업계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대기업 상권-골목 상권 논란에 괜한 불똥을 맞은 소비자 중 상당수는 “짜증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수십만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대가로 SSM 강제휴무의 반사이익을 챙겼어야 할 전통시장 상인들은 마냥 신이 나야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문을 닫은 SSM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이 골목 슈퍼나 전통시장을 찾기보다는 토요일에 미리 장을 봐두거나 문을 닫지 않은 대형마트를 찾는 사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을 놔두고 자동차로 10분이나 걸리는 대형마트를 찾아가는 소비자도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SSM에서 강제로 밀려난 손님들이 전통시장을 찾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대목이었다.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 다른 누군가에게 주려는 네거티브 발상이 원래부터 갖고 있는 한계가 아닐까 싶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서 시작돼 캐나다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캐시 몹(Cash Mob)’을 우리 사회도 주목하고 배워 볼 때인 것 같다.

캐시 몹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전 약속을 한 뒤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모여 간단한 이벤트를 하는 ‘플래시 몹’과 비슷하다. 플래시 몹은 노래와 춤, 간단한 연극 등의 이벤트로 즐기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캐시 몹은 대형 상권에 밀려 존폐 위기에 처한 동네의 작은 식료품가게, 서점, 옷가게를 도와주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예를 들어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동네 빵집을 대상으로 캐시 몹을 한다고 치자. 기획자는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이 빵집에서 이번 주 토요일 오후 6시경 빵을 사주는 이벤트를 갖자’는 글을 올린다. 글을 본 사람 중에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은 정해진 시간에 이 빵집에 와서 원하는 만큼 빵을 사서 돌아가는 것으로 끝이다.

이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미국의 블로그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령을 권장하고 있다. 이벤트 시간은 일주일 전에 알려줄 것, 가게를 구체적으로 정할 것, 남녀 모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일 것, 지역 중소 상공인이 운영하는 사업일 것, 이벤트 전에 가게 주인의 동의를 얻을 것 등이다.

1인당 구매금액에 대해서는 20달러 이내(약 2만2700원)로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1인당 2만 원에 불과한 금액이라도 많은 수가 모이면 단번에 1000만 원이 넘는 거액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이 미국 등에서 입증된 사례다.

‘일회성 이벤트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SNS의 성장 속도, 메시지 전파력, 흡인력 등을 고려하면 캐시 몹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사소하고 작은 것을 모아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 SNS의 위력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지켜본 바 있다. 설령 금전적으로 큰 보탬이 되지 않으면 어떤가. 이벤트를 통해 전통상권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통시장=한번 찾아가볼 만한 곳’이라는 이미지만 심어주더라도 절반은 성공이 아닐까.

천광암 산업부 차장 iam@donga.com
#캐시몹#전통시장#SNS#데스크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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