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형주만 오르고 나머지는 소외받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빼고 계산하면 코스피가 1,800 선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철강 화학 통신 등 주가가 주춤한 대형주나 중소형 가치주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쏠림 현상이 언제 끝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의 기대와 달리 증시 전문가들은 “4분기 이전까지는 중소형주나 소외된 대형주의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대형주 장세, 3분기까지 이어질 것”
올 들어 코스피는 16일 종가(1,992.63) 기준으로 9.14% 올랐다. 대형주는 11.29%, 코스피200은 11.09% 각각 오르는 동안 중형주는 2.13% 되레 떨어졌다.
업종별로도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삼성전자가 상승세를 이끈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올 들어 17.75% 상승했다. 운송장비 업종지수도 현대차의 오름세에 힘입어 14.51% 올랐다. 반면에 통신업종은 지난해 말 대비 9.23% 하락했다. 철강금속과 화학도 올 들어 각각 6.58%, 4.59% 올랐지만 3월 이후 하락세가 뚜렷했다. 화학 업종지수는 2월 9일 5,253.08을 나타냈으나 16일 13.00% 급락한 4,570.07에 머물렀고 철강금속도 비슷한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서 이달 들어 실적 장세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2월 돈의 힘으로 업종에 관계없이 주가가 올랐지만 3월부터 실적이 좋은 일부 대형주에만 매수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소형주가 주목받으려면 내수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경제성장 전망치가 하락하면서 내수 전망도 밝지 않다”며 “경기회복과 투자심리 개선 등은 중소형주 반등의 필수 조건인데 그 시기는 4분기나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 환매도 중소형주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펀드 시장에 자금이 유입돼야 기관투자가들이 중소형주나 가치주에 투자할 수 있는데 최근 유입은커녕 환매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 민감주 피하고 실적 봐야
‘가치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2011년 코스피 전체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20%까지 늘 것으로 기대했지만 3%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수익 증가세가 꺾였으므로 일부 실적이 좋은 기업은 더욱 부각될 것이란 뜻이다. 그는 “성장세가 꺾이고 미래가 불투명할 때는 경기 방어적인 필수 소비재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음식료 화장품 등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업종 가운데 대표주를 사라는 의미다.
2분기 이후 대형주 가운데 새로운 초우량주가 부각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김세중 팀장은 “선진국 기업들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게 되면 국내 우량 기업들에 기회가 올 수 있다”며 “코스피가 5월 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대기업들에 신규 투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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