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 즉 금융시장의 위험해소와 실물경기 개선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신용위험의 해소에 힘입어 경기가 돌아서고 실물경기가 풀리면서 금융시장의 위험들이 뒤따라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유럽 재정위기가 아직도 지구촌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돈의 원활한 흐름에 발목을 잡는 이유는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계 경기가 지금 더디게 회복되는 이유는 세계 곳곳에 신용경색, 즉 돈의 흐름을 막는 위험의 덫들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과제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어느 한쪽이 개선되면 다른 쪽의 문제도 풀릴 수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비록 지금 스페인 국채금리가 오르고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등 정치적 불안요소가 남아 있지만 대략 5월 중순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가 끝날 즈음이면 그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줄 듯하다. 유럽의 유동성 위기는 이미 지난해 말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 유로 이상의 돈을 푼 결과 지금은 유로존 전체의 달러 조달비용이 떨어지고 있어 잠잠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실물경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경기선행지수가 확장세를 이어가는 등 지금 알게 모르게 지구촌 곳곳에서 개선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도 선행지수가 5개월째 올라가고 투자선행지표인 핵심자본재 주문 등이 개선되는 것으로 보아 봄 기운이 완연하다. 중국도 최근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올라 대폭 수정되었고 분기성장률이 지난 1분기를 바닥으로 올라갈 확률이 높다. 급격한 회복세나 모든 지표의 동시 회복은 아닐지라도 세계경기의 방향성이 점점 우상향으로 잡혀가는 분위기를 주목하자는 얘기다.
금융위험의 감소와 경기회복은 지금 서로 상승작용의 틀에 있고 그 방향성이 긍정적이다. 사실 그 힘으로 글로벌 증시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이제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 간의 이런 선순환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 것인가에 시장의 운명이 달려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금융시장의 위험들이 남아 있는 가운데 서서히 경기가 돌아서는 초기 국면에서는 1등주의 주가차별화와 독주가 심했다. 이번엔 특히나 이 과정이 상대적으로 길 것 같다. 그 다음엔 대개 1차 랠리에서 소외되었던 소재나 인플레이션 관련주의 약진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후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수급과 실적문제로 앞선 라운드에서 소외된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며 소외된 투자자들을 위로하는 순서가 남아 있다. 아직 증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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