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913조… ‘경제위기 임계치’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3일 03시 00분


한국은행 보고서… 이자 갚느라 소비 여력 없어
외부 충격 겹치면 최악 우려… 나랏빚도 2030년 GDP의 106%

9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이미 임계치를 넘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갉아먹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가계부채 이자를 갚느라 소비할 여력이 없어지면서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2일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위기가 당장 폭발하진 않겠지만 절대 규모가 이미 너무 커져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외생적 충격이 겹치면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잔액(가계신용 기준)은 지난해 말 현재 912조9000억 원으로 2011년 말보다 7.8% 증가했다. 지난해 1인당 가계대출 규모도 44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00만 원 늘었다. 한은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저신용, 저소득 계층의 생계형 대출이 급증하는 등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어 시스템적 리스크가 높아질 개연성도 우려했다.

더욱 큰 문제는 가계부채 수준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소비위축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한은은 “소득 대비 이자비용을 뜻하는 이자상환비율이 2009년부터 임계치인 2.5%를 넘어 소비위축이 현실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203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34%(2011년 기준)에서 10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재정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부채비율은 77.9%, 유럽 재정위기 5개국(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평균은 118.3%였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은행#가계부채#국가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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