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취임한 송종호 중소기업청장(55)은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대전 ‘한민시장’으로 달려가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관가에서 그는 ‘현장’과 ‘전통시장’을 중시하는 중소상공인 전문가로 불린다. 실제 송 청장은 2008년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한 온누리상품권을 기획 추진한 당사자다.
중소기업청(중기청)이 전통시장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수출 등 제조업 여건은 호전됐지만 자영업자 경기 등 서민경제는 위기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정부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한다.
동아일보와 중기청이 함께하는 ‘1기관 1시장’ 캠페인은 전통시장의 경기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0일 송 청장을 만나 캠페인의 취지를 들었다.
―경기 부진과 내수시장 위축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타격이 크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자영업자는 573만 명으로 국내 총고용인원의 30%나 차지한다. 특히 전통시장은 서민경제의 근간으로 이들의 생업안전망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중기청은 올해 1605억 원을 투입해 아케이드, 주차장, 진입로 개선 등 330여 전통시장의 현대화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대형마트나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성장세가 가파른데….
“전국의 전통시장 매출(2010년 21조 원)이 대형마트의 3분의 2 수준으로까지 줄었다. 그러다 지난해 기적적으로 16% 반등하기 시작했다. 추가 하락을 막은 일등공신은 ‘온누리 상품권’이다. 2009년 이후 올해 4월까지 4500억 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전통시장으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1기관 1시장’ 캠페인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
중기청은 지난해 7월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정하고 동시에 ‘1기관 1시장’ 잇기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453개 기관이 874개 전통시장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특히 전국 공공기관의 56%에 해당하는 192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250여 기업과 대학들도 선뜻 동참 의사를 밝힐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동참한 기관은 자매시장을 한 달 평균 2.7회 방문했으며 상인들도 ‘1기관 1시장’ 캠페인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600여 개의 인정시장(등록시장)과 수만 개의 비인정시장(풍물시장이나 5일장 등)이 존재하는 만큼 이 캠페인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1기관 1시장’ 자매결연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의 지원이 최우선이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민간 차원의 대승적인 동참이 필수적이다. 전통시장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현대적 시설과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서민과 지역경제의 중심인 전통시장에 민간의 활력을 불어넣는 범국민운동이 필요한 때다. 나아가 사회공헌의 모습으로 발전해도 좋겠다.”
―‘1기관 1시장’의 활동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창조적 방식을 기대한다. 직원 회식을 전통시장에서 할 수도 있고 국세청(세무상담) 복지부(건강진료)처럼 기관의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도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지속적인 매출이 가능한 제도적 방법을 찾는 일이다.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라면 식자재 공급계약을 한다든지 명절선물을 동네 시장에서 대량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그간의 창의적 사례가 있다면….
“IBK기업은행은 미소금융 지부를 전통시장 안에 설치했고 포스코는 부서 회식을 전통시장에서 할 때만 경비로 인정한다. 어떻게든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돈독한 관계를 맺는다면 상부상조의 관계 설정이 가능해진다.”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력이란 무엇인가.
“대형마트와 비교해 우위에 설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채소류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가장 신선하고 건강한 식품이라고 확신한다. 선진국에선 야채나 육류 등의 식자재를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일상생활로 정착했다. 이런 장점을 전통시장이 살려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1기관 1시장’ 캠페인도 식자재 납품과 연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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